유승안 전 감독 악플러 불러 4시간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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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프로야구 스타들도 연예인 못지않게 팬들의 주목을 받는다.

활약이 좋을 때는 찬사가 쏟아진다. 하지만 중요한 때 실수를 하거나 경기력이 신통치 않을 때는 온갖 욕설과 악플(인터넷상의 비난 댓글)에 시달려야 한다.

김상훈(KIA 포수)의 부인은 최근 남편을 험담하는 악플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선수마다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외면형=가장 보편적인 악플 대처법이다. 무안타, 1이닝 4실점 등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한 선수들은 대개 다음날 컴퓨터를 켜지 않는다. 2004년 '양배추 사건' 이후 '박배추'란 놀림을 받았던 박명환(LG 투수)은 요즘도 인터넷 뉴스를 보지 않는다. 또다시 상처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병규(주니치).이승엽(요미우리) 등 해외파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성적이 안 좋을 때는 아예 컴퓨터 앞에 앉지도 않는다고 한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악플 신경 쓸 시간에 다음 경기를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게 더 낫다"고 선수들한테 주문한다. 성적이 좋으면 악플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소심형=LG 불펜투수 김민기는 타자들에게 공략당한 날엔 '불민기'라는 악성 댓글에 시달린다. 소방수가 오히려 '불'을 질렀다는 비아냥이다. 김민기는 특히 "애들이 볼까 두렵다"고 말한다. 자녀를 둔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런 고민을 안고 그라운드에 서고 있다.

◆정면돌파형=유승안 전 한화 감독은 2004년 안티팬들을 초청해 4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당시 구단 홈페이지에 "팬들이 우리 구단에 너무 많은 불만을 갖고 계신 것 같다"며 만남을 제안했고, 이를 본 23명이 유 감독을 찾아왔다. 결과는 대만족. 유 전 감독은 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게시판에서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고 팬들은 "진정한 팬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며 받아들였다.

◆적극관리형=현대 정민태는 자신의 홈페이지(www.chung20.co.kr)를 운영하면서 자유게시판 게시물에 댓글을 단다.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나 헛소문에 대해 팬들이 질문을 던지면 댓글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한다. 두산의 루키 임태훈은 인터넷에서 자신을 다룬 기사를 꼼꼼히 검색한다. 전날 성적이 좋았건 나빴건 악플이 올라와도 감수하며 읽는다고 했다. 미니홈피까지 운영하며 팬들과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임태훈은 "악플은 나를 위한 팬들의 따가운 질타"라고 말한다.

◆원천봉쇄형=올 시즌 최하위 KIA는 팬들의 온라인 악플에 지친 나머지 7일부터 닷새간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폐쇄했다.

구단은 일부 팬들의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게시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KIA는 "구단을 음해하는 행위를 계속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KIA구단 관계자는 "선수나 구단을 아끼는 마음이라면 실수도 너그러이 봐 주었으면 좋겠다"며 애정어린 관심을 촉구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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