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지원받는 북한 돼지고기는 사 먹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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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을 겪는 북한이 연간 1억 달러어치 이상의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권태진 선임연구원은 10일 열린 남북물류포럼(회장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 당국이 물가관리 차원에서 수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이 공개한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2006년 1억862만 달러의 돼지고기를 수입했다. 모두 중국산 냉장 또는 냉동 고기다. 2004년에는 1억3498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권 연구원은 "몇 년 전까지 돼지고기 수입이 연간 500만 달러를 밑돌았는데 최근 들어 돼지고기 값이 시장에서 ㎏당 3000원(북한 돈)까지 치솟으면서 가격을 잡기 위해 수입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3000원이면 공식 환율로 약 20달러, 암달러 환율로는 1달러인데 북한 근로자 한 달 월급쯤 되는 돈이다. 우리의 경우 2005년 6억1991만 달러, 2006년은 7억410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북한의 지난해 교역은 43억 달러 정도며 이 가운데 남측과의 교역 13억 달러를 제외하면 수출 10억 달러, 수입 20억 달러다. 남북교역을 제외한 수입의 5%를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셈이다.

권 위원은 "북한의 교역 규모에 비하면 돼지고기 수입 비중이 엄청나게 높다"며 "식량은 남한이나 유엔기구가 지원해주지만 돼지고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고기는 수입하고 식량은 지원받는' 이상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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