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처의 2중플레이(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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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경처가 팔당의 상수원 수실보전특별대책지역에 대규모 석유비축기지 건설에 동의해 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91년 9월 동력자원부와 협의 때는 이 비축기지의 위치가 상수원의 오염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건설에 반대했던 환경처가 3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에는 이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놀라운 것은 반대때는 홍보를 해놓고 동의한 사실은 비밀에 부쳤다는 점이다. 국민을 속이는 2중플레이일뿐 아니라 그 자체가 바로 위법행위다.
환경정책기본법은 환경보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하려면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건 물론이고 이 사업으로 영향을 받는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처 당국자는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고 보안에 부쳐왔다』고 한다니 주민반발의 잠시 모면으로 기지건설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단 말인가.
환경처에선 동자부와의 1,2차협의때 오염방지대책의 마련을 전제조건으로 기지건설에 반대했으나 3차협상 때는 이 조건들이 받아들여져 승인했다는 해명이다. 그렇다면 그 오염방지설비의 효과를 충분히 주민들에게 설명해 납득시키는 노력을 했어야 옳지 않은가.
물론 무조건 내 주변에만은 혐오시설을 두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이른바 님비(MIMBY)의식이 국가공공사업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럴수록 정부로서는 당당한 자세로 이들을 납득시켜야지 국민을 기만하거나 사실을 은폐해 토의 자체를 봉쇄해선 안된다. 그러면 의혹과 오해만 더욱 깊어질 뿐이다.
우리는 최근 몇가지 환경행정을 지켜보면서 정부의 환경보존의지에 깊은 회의를 품지 않을 수 없다. 상수원보호특별대책지역 안에 즐비한 호텔·별장·각종 유흥음식업소들의 성업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이 특별지역 안에서 제한을 받던 골프장 허가도 주무부서인 환경처와 체육청소년부가 경쟁적으로 제한을 풀어버렸다. 그 결과 2천만 수도권 인구의 젖줄인 한강의 오염은 날로 심해지고 식수원인 팔당호의 수질은 2급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하필이면 수원지의 상류에 석유비축기지를 허가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수도권에 석유비축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상수원의 수원지까지 가리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는 환경보호의 확고한 의지를 행정에 반영시켜야 한다. 상수원특별보호지역안에 석유비축기지를 꼭 설치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분명히 밝히고,그렇지 않다면 상수원과 관계없는 타지역으로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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