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임새 부족했지만 다양한 장르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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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서 대표는 "1년 안에 아람누리가 자체 제작한 수준 높은 창작물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짜임새는 부족했지만,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 예술제였습니다.” 7일 폐막한 고양아람누리 개관기념예술제 평가에 대해 고양문화재단 박웅서(69) 대표는 명쾌하게 답변했다. 평소 ‘문화예술계에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박 대표를 만나 지난 예술제 평가와 앞으로의 고양아람누리 운영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고양아람누리(고양시 마두동)는 5월 4일부터 지난 7일까지 개관기념예술제를 열었다. 창작발레 ‘춘향’을 시작으로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에 이르기까지 발레·오페라·창극·클래식·국악·디지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총 17편을 무대에 올렸다.
이 중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불멸의 베토벤’은 1회 공연에 1420여명이 관람해 객석 점유율 98%(유료 관객 80%)라는 기록을 세웠다. 예술제 하이라이트로 마련한 모스크바 스타니슬라프스키 극장의 오페라 ‘카르멘’ 역시 객석 점유율 85%(유료 관객 60%)로 호응이 높았다.
그러나 객석 점유율 평균 75~80%, 유료 관객 평균 40%로 전반적인 성적은 저조했다.


- 개관기념예술제를 마친 소감은.
“개관 자체가 무리였다. 지난해 11월 선임된 후 6개월이 지나서야 새로운 운영진과 개관기념예술제를 준비할 수 있었다. 공간만 준비됐다고 해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기간에 큰 공연을 유치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그러다보니 ‘급조’된 듯한 예술제였다. 하지만 창작발레 ‘춘향’을 비롯, 우리나라 작품을 초반 무대에 집중적으로 올린 것은 의미 있는 일로 평가할만하다.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향후 1년내 세계적 창작물 공연
티켓 가격 절반 수준 단계적 인하"

-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양시, 일산에 대한 (서울 관객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객석 점유율이 낮은 한 이유다. 관객 개발이 과제로 남았다.”
 
- 고양시민보다 서울 관객을 우선한다는 인상을 준다. 지역에선 축제임에도 ‘흥이 없다’란 지적이 많았다. 지역민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관람객의 70% 이상은 고양시민이어야 한다. 그러나 인구(92만명) 변화는 없는데, 어울림누리에 이어 아람누리가 들어서면서 고양시는 6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갖게 됐다. 지역 관객만으론 공연장 운영이 어렵다. 아람누리가 서울과 국제 무대를 겨냥해 고급 공연을 올린다면, 고양시민에게 이 또한 자긍심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잠재적인 관객 개발 방안은.
“물론 콘텐트가 우선이다. 아울러 티켓 가격을 점차 서울 공연의절반 이하로 내릴 계획이다. 지역 관계 없이 저명 인사를 중심으로 한 아람클럽(50명 이내), 문화강좌 클래스(30~50명), 동아리, 일반회원(20만명) 등 다양한 후원회도 구성 중이다. 서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충족시켜 관객과 아람누리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 전문경영인 출신답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들었다. 성과는 있는가.
“그 동안 공연 관련 마케팅은 수동적이었다. 선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공연 상품권을 만들 것이다. 기업 협찬도 마찬가지다. 기업 대부분은 공연 협찬에 소극적이다. 기업에서 티켓을 직접 구입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최근 대기업과 접촉해 1억원에 가까운 티켓을 판매했다.”
 
- 공연계의 일반적인 정서와 달라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 않겠는가.
“영화는 콘텐트로 승부할 수 있지만, 공연은 수익 구조를 맞추기 힘들다. 좋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선 부대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 앞으로의 운영 방향은.
“자체 제작 능력을 가진 공연장을 만들겠다. 1년 안에 세계적인 수준의 창작공연물을 제작해 무대에 올리겠다. 아람누리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 있다면, 관객이 찾아오지 않겠는가. 상주 오케스트라 설립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선보인 디지털 퍼포먼스 ‘신타지아’처럼 실험적인 전위예술 공연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공연이 영화에 뒤지지 않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 박웅서 대표=1938년 평안북도 출생.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고문,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석유화학 사장, (주)고합대표이사 회장을 지낸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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