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키운 장수 「가족기업」 많다(해외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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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불 연합회가입 24개사 “2백년이상” 자랑/술·직물분야 많아… 일 호시호텔 천년넘어
대대로 가업을 물려받아 경영하는 「가족기업」이 장수한다.
많은 기업들이 생겨났다가 10년도 못가 수명을 다하기 일쑤지만 오랜 전통의 가족기업들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프랑스에 있는 국제적인 가족기업 연합회인 「헤노키언즈」의 회원중에는 서기 718년에 세워진 일본기업이 있는가 하면 14,15세기에 창업한 회사도 있다.
성경에 3백65년이나 살았다고 전해지는 장로의 이름을 딴 이 단체에는 2백년 이상된 「원로기업」이 24개나 가입되어 있다. 헤노키언즈회원을 국적별로 보면 이탈리아 11개사,프랑스가 8개사,스페인·일본이 각 2개사·독일·노르웨이가 각 1개사로 나타났다.
그러면 장수하는 가족기업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인가.
이 연합회의 디미트리 리몽사무국장은 첫번째로 유난히 강한 이들의 가족적 집착을 꼽고 있다. 즉,사업상 필요하면 무능력한 가족경영인 대신 전문경영인을 고용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의사결정권은 창업주 가족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특징은 이들이 술·직물·제련·보석세공 등 전통성이 강조되는 분야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전통적인 분야에서도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적응해야만 살아남는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과자회사인 콘페티 마리오 펠리노사는 아직도 수공으로 과자를 만들고 있지만 현대화된 공정을 채택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1679년에 시작한 프랑스 제철소 미종사는 체인·볼트 등을 만들다가 금세기초 낚시바늘로 품목을 다양화해 이분야 세계 2위의 회사로 발돋움했다.
이 연합회에서 가장 오래된 회원은 일본의 전통여관인 호시호텔이다. 718년 한 스님이 온천부근에 세웠다는 이 호텔은 현재 1백개 객실을 가진 대형업소로 성장했고 무려 46대에 걸쳐 가족경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유독 오래된 가족기업이 많은 것은 이들 나라의 자본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됐고 가족소유경영의 전통이 뿌리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파이낸셜 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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