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길 만화가게 어른 휴식처로 변신/어린이들 전자오락실에 뺏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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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4년 사이 가게 반이상 문닫아/커피 주는 등 성인 상대로 활로
만화가게가 비디오·전자오락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동네 꼬마들이 무릎을 맞대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함께 만화를 보던 만화가게가 어린이 놀이형태 변화,성인만화 범람으로 어린이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만화가게도 중·장년층의 기억에 자리잡은 옛날 만화가게와 달리 어린이 손님이 거의 없고 대부분 20대 이상 성인들이 잠시 머리를 식히거나 시간을 때우는 장소로 변해가고 있다. 17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88년 전국에 1만3천여곳이던 만화가게는 지난해말 현재 5천5백여곳으로 줄었으며 요즘도 하루 평균 10여곳이 문을 닫고 있다.
없어진 만화가게 자리에는 전자오락실이 들어서 서울의 경우 88년 2천5백여곳이었던 전자오락실이 지난해말에는 4천5백여곳으로 크게 늘어 달라진 어린이들의 기호를 실감케 한다.
서울 혜화동 D만화가게 주인 강창모씨(35)는 『5년전 가게를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손님이 절반도 안돼 임대료 낼 여력조차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같이 어린이의 발길이 뜸해지자 대부분의 만화가게는 대학생·일반인 등 성인층을 겨냥,값싼 입장료를 내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성인용 휴식공간으로 변신해 활로를 찾고있는 실정.
서울 상도동 S만화방의 경우 근처 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입장료 2천원을 받고 원하는만큼 만화를 보며 휴게실에서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독서할 수 있도록 하고 소파·탁자를 갖춰놓고 다방처럼 커피·음료수를 제공하고 있다.
업소형태가 종전과 크게 바뀐만큼 만화가게에서 빌려주는 만화 내용도 많이 달려졌다.
지난해 간행물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친 7천여종의 만화중 아동용으로 분류된 것은 2백90여종에 불과하며 이밖에 심의를 거치지 않은 성인만화와 해외만화 해적판 등 1천여종을 포함하면 전체에서 아동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5% 미만이다. 이에따라 만화가게에서 빌려주는 만화의 90% 이상은 성인용이고 이로인해 어린이 출입은 더욱 줄어들게 된 것.<윤석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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