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규, 이명박 검찰 수사 '불씨 살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범여권 대선 주자인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9일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와 이 후보 측 대변인인 박형준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키로 했다. 명예훼손 및 모욕죄 혐의다. 지난달 이 후보의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한 김 의원에 대해 이 후보 측이 허위 폭로라고 주장하며 인격과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한나라당은 지난 3일 김혁규 의원과 그의 캠프 대변인인 김종률(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해 "이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음해할 목적으로 주민등록 등.초본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해 열람했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김혁규 의원의 고소 대리인이기도 한 김종률 의원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혁규 의원이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이 후보가 공개석상에서 김 의원을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모욕했다"며 "(폭로는)허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김종률 의원은 또 "관련 사건(이 후보 처남 김재정씨 고소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돼 수사 중이기 때문에 국회를 관할하는 서울 남부지검이 아닌 중앙지검 특수부에 같이 고소키로 했다"며 "검찰은 우리가 고소하는 건을 병합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혁규 의원의 검찰 고소는 외견상은 '맞고소' 형태다. 하지만 정치적 함의는 훨씬 크다. 우선 한나라당이 이 후보 측에 관련 고발.고소 사건을 취하하도록 권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시점에 맞고소를 낸 것부터 그렇다." 이 후보 측이 소를 취하할 경우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중단될 것을 우려, 검찰이 계속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명분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 후보 친인척의 부동산 관련 의혹 등에 대해 검찰 특수부가 나서 고강도 수사를 벌이기로 한 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 경선은 물론 전체 대선 판도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종률 의원이 이날 "특수부는 '인지 수사부'인 만큼 이 후보 측이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심도 있게 수사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이어 "우리는 검찰에서 이 후보 측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실체적인 부분도 진술할 것"이라며 "여러 가지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우리가 알고 있고 제보받은 정도에 대해선 수사 과정에서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이 후보 측을 향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해야지,주장만 하는 건 진짜 냄새 나는 게 있어서 그렇다는 오해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