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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에 검찰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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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007년 대선 판도의 흐름을 가를 수 있는 '검찰 변수'가 부상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의 의지에 따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비리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라는 수사가 지난 주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최재경)에 배정됐기 때문이다. 정 총장은 '대선 정국에 검찰이 바빠서도 안 되고 그런 일도 없을 것'(2006년 말 송년 기자간담회)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런 정 총장이 수사 결과에 따라선 한나라당이나 이명박.박근혜 '빅2' 후보 두 명 중 한 명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사안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공안부가 아닌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점에서 배경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팀은 이 후보의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비리 의혹'을 수사해 측근인 양윤재 행정부시장을 구속시켰던 적이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후보의 부동산 명의신탁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 등 친인척의 계좌추적이 불가피하다는 내부 입장을 정해 놓고 있다. 고소장 등 자료 검토가 끝난 뒤 이르면 이번 주중 김재정씨를 조사할 방침이기도 하다.

이 후보 캠프의 좌장 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8일 "한나라당 경선이 40일쯤 남았는데 검찰 수사가 경선에 영향을 미치거나 경선이 이뤄질 수 없도록 악용된다면 정권교체를 앞두고 매우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체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죽이기 위한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공작, 이명박 죽이기 공작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며 "단순한 명예훼손 사건으로 수사는 사흘 안에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김대업씨의 고소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각종 발표에 계속 끌려다니기만 하다 침몰했던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캠프의 김재원 대변인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특수부 수사가 당연하다"며 "16대 대통령은 여론조사로 결정됐지만 17대 대통령은 계좌추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2 간엔 중립을 지켜야 하고 검찰에 대해선 한나라당을 보호해야 하는 입장의 당 지도부는 검찰 수사가 ▶당내 검증절차를 무력화하고 ▶경선의 흥행에 김을 빼며 ▶8월 20일 경선의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997년 10월 대선 때도 검찰은 판세의 흐름을 가른 핵심 변수였다.

집권당인 신한국당이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의 360여 건 부동산 명세를 제시하며 수사를 요청했으나 김태정 검찰총장은 '국익과 형평성'을 이유로 수사 유보를 발표했다. 검찰이 수사를 거부하면서 야당의 김 후보가 집권했다.

익명을 부탁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8일 "당 검증위가 있는데도 이.박 후보에 대한 검증을 검찰이 하게 됐다"며 "이러다 당 경선이 아예 없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열된 경선 분위기가 고소.고발로 이어지면서 검찰을 끌어들였다"며 "우리가 자충수를 둔 것 아니냐"는 한탄도 나왔다.

신용호.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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