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국산무기 수출에 적극 나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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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우리 방위산업이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초강대국이 독점해온 군용 항공기 산업 분야에서 우리가 미국 회사와 공동 개발한 T-50이 여러 국가들과 수출 교섭을 하고 있다. 지상 무기의 핵심인 전차·자주포도 터키 수출이 성사됐다. 정말 축하할 일이다. 1970년대 피복·탄약과 소총으로 시작한 우리의 방산물자가 세계 수출시장에서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경쟁하고 있다는 소식은 경제적 이익을 떠나 국민의 자긍심을 크게 고무시키고 있다.

 우리의 방위산업은 다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수출시장을 개척하면서 발전시킬 수밖에 없다.

 첫째,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방위산업은 ‘적정 규모의 시장’이 확보돼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자동차산업이 연간 200만 대의 내수시장이 확보돼야 자체 기술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원리와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작은 내수시장만으로 첨단 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 발전시키는 방위산업을 성장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방위산업 수준은 국위(國威), 국가의 브랜드와 맞물려 있다. 세계 무기수출 5대국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다. 첨단 무기의 생산 능력과 수출 역량은 국가의 국제정치적 영향력과 일정한 비례관계를 갖고 있다. 국가의 국제정치적 영향력 증대는 국가 브랜드의 향상을 의미하고, 국가 브랜드 향상은 민간경제의 발전에 기여한다. 수출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총력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우리 정부가 국정원 내부에 ‘방위산업국’을 신설하고, ‘방위사업청 내의 수출조직’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수출시장은 적극 개척하되 수출 내역 홍보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친 홍보는 비슷한 무기를 수출하려는 국가나 회사의 견제를 초래한다. 너무나 당연한 시장의 논리고, 국가경쟁의 논리다. 무기 수출은 단지 한 기업체의 기술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력, 국제적 무기 판매네트워크, 미국 등 무기 수출 선점국가와의 관계조율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처한 전략적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현재 인민이 굶어 죽어가는 판인데도 신형 미사일 개발 등 무기 경쟁에 목을 매고 있다. 우리의 첨단 방산기술 홍보가 북한을 자극하고 남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한 국가 이미지도 고려해야 한다. 상당수 국제기구와 민간 전문가들은 무기 생산·개발·거래에 부정적이다. SIPRI의 엘리자베스 스콘스 연구원도 “매년 군비 증강에 사용되는 비용을 가난한 나라의 국민을 위한 의료혜택에 돌린다면 매년 수백만 명이 구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국방부 안보협력본부(DESO)를, 프랑스는 병기본부의 국제협력국(DRI)을, 이스라엘은 대외군사지원 및 수출본부(SIBAT)를 만들어 방산 수출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하고 자주국방 태세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방산물자의 수출 전담조직을 강화해 가야 한다. 그러나 전략적 차원에서 시장 개척은 ‘하이킥’으로 하되, 실적 홍보는 ‘로킥’으로 하든지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