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영보다 해외사업 힘쏟을듯/돌아온 정주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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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세 6명 그룹분할작업 가속화/내부결속 더욱 강화 예상/집권층과 「앙금」이 숙제로
정주영 국민당대표의 정계은퇴 및 경제계복귀 선언이 현대그룹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의 이번 결정이 지난 1년반동안 정치회오리에 휩싸이면서 받은 현대그룹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인지도 주목거리다. 현대그룹의 창업주 정씨의 정계은퇴 선언에 가슴이 저리면서도 『그룹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잘된 일』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정씨의 결정이 돌발적이고 일방적이었던 탓으로 그가 재계와 그룹의 어떤 자리에 앉을지에 대해 현대측도 궁금해하고 있다.
정씨의 정치활동 과정에서 여권과세론 화살막이가 되어야했던 현대그룹은 정씨의 대선 패배이후 그룹의 생존을 위해 정씨가 정치에서 발을 빼기를 간절히 희망해왔다.
정씨 동생인 정세영 그룹회장과 정씨의 장남격인 정몽구 현대중공회장 등 가족들은 거듭 그의 정계은퇴 필요성에 대한 「고언」을 해왔다.
그룹 종합기획실의 한 간부는 『요즈음은 현대그룹이 정부로부터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것으로 밖에 비치고 있으나 한번 움츠러든 금융관행이 쉽사리 풀리지 않아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룹 수뇌부는 정부와 갈등속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으며 이번 일이 관계 정상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씨의 은퇴는 현대가 받은 상처를 서서히 아물게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일단 예상되나 새 집권층의 정씨에 대한 앙금이 이것으로 다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다. 여진은 남아있는 것이다. 정씨가 앞으로 현대를 옆에서만 지원할 것인지,정치참여 직전 수준인 명예회장으로 복귀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왕회장」으로서 다시 그룹을 장악하겠다는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상황으로 볼때 그는 현대그룹과 고문 또는 명예회장 정도의 느슨한 연결관계를 갖고 「현대에도 좋고 국가이익도 되는」해외 대형사업쪽에 관심을 기울일 공산이 크다.
정씨의 2세중 한명은 10일 『부친이 경제계에 돌아오더라도 정치활동 직전처럼 그룹운영에 관여하는 스타일은 아닐 것이며 국가에 기여하는 해외 대형사업 추진을 희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씨는 휴식을 겸한 외유를 한동안 하며 국제수주활동을 벌여 자신과 현대의 회생을 꾀할 전망이다. 그 대상으로는 그가 지난해 8월 방문했던 멕시코의 대운하사업,중국의 프로젝트,러시아의 자원개발사업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북방사업 추진에 남다른 역량을 보여왔기 때문에 승부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최근 많은 상처를 받음으로써 과거와 같은 현대그룹내 카리스마와 절대적 영향력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신의 행태로 인해 피해를 본 임직원들에 대해 어떤 형태건간에 보상이 선행되어야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와 함께 2세(6명)들에 대한 그룹분할 작업<표참조>도 손댈 것으로 점쳐진다. 동생 정세영회장과 아들 정몽구회장간에 이론의 여지가 있는 현대자동차의 소유권 결정,구획정리가 불확실한 주력사인 현대중공업·건설·종합상사·석유화학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것인지 아들들에게 맡길 것인지가 주목거리다. 다만 그룹 「해체」는 서두를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내부결속력이 더 강해질 소지도 있다.
경영구도와 관련해서는 부친으로부터 꼼꼼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지난해 탈세사건으로 「부친을 대리해」옥살이를 했던 정몽헌 현대전자회장(5남)의 부상설이 나오고 있다.
성격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정씨가 다시 돌아온 안마당에서 과연 어떤 노익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재계는 그의 정계은퇴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김일기자>
□현대그룹 친족 계열사 경영참여 현황
구분 관계 회사
정세영 3제 현대그룹·현대자동차회장
정몽구 2남 현대정공·자동차써비스·중장비산업·강관·산업개발
·인천제철회장
정몽근 3남 금강개발산업회장
정몽헌 5남 현대전자·엘리베이터회장,현대상선부회장,
현대알랜브래들리 사장
정몽준 6남 현대중공업·현대경제사회연구원 고문
정몽윤 7남 현대해상화재보험 사장
정몽일 8남 국제종합금융 부사장
정몽혁 조카 현대석유화학 부사장(고 정신영씨 1남)
정몽규 조카 현대자동차 부사장(정세영씨 1남)
현영원 사돈 현대상선 회장
권영찬 사돈 현대중전기회장
*정주영씨와의 관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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