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합격 되돌려 주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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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리시험과 컴퓨터 성적 조작으로 부정입학한 사례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우선 광운대의 경우 전·후기 합쳐 42명,지난해까지 합치면 1백여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한양대 6명 덕성여대·국민대가 각기 1명으로 드러나 있다. 수사결과에 따라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가증스러운 입시범죄에 의해 희생된 선의의 낙방생은 어떻게 되는가. 부정과 범죄로 빼앗긴 입학의 자리를 자동적으로 되돌려 받는게 당연한데 대학이나 당국쪽에선 아직껏 아무런 얘기가 없다.
과거 관례로 보면 부정입학으로 제적된 결원 자리는 대체로 메우지 않았다. 종래의 부정입학은 학기가 시작되고 한참 지난 뒤거나 심지어 몇년이 흐른 다음에야 들춰져서 피해자를 구제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입시부정을 저지른 대학에 정원을 줄이는 것이 행정상의 제재의미를 갖는데 여기에 결원까지 보충하면 범법자를 돕는 꼴이 아니냐는 논리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의 사정은 다르다. 다행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부정이 드러났고 피해 학생 또한 엄청나다. 행정상의 제재를 위해 엄연히 입학해야 할 자격을 갖춘 학생마저 구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의에 어긋난다.
들리는 바로는 한양대는 결원을 보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고,광운대는 관선이사가 파견된 다음에야 피해 학생의 구제조치가 논의될 것 같다. 교육부는 이미 88년에 부정입학에 따른 피해자의 구제를 위해 예비합격자 명단을 작성토록 지시한 바 있었지만 낙방생의 기대 심리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 해서 이를 지키지 않은 대학이 많았다.
광운대는 이미 전기시험에서 예비합격자 명단을 작성해 통보했다고 하니 지체없이 후속 합격자의 명단을 다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한양대도 올해 전·후기에 5명의 부정입학이 드러났으니 5명의 예비합격자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예비합격자 명단이 없다면 새롭게 성적을 산출해서라도 합격자를 발표해야 할 것이다. 비록 1명의 부정입학이라 할지라도 부당하게 빼앗긴 자리라면 지체없이 되돌려 주어야 하고 모든 대학은 이번 기회에 예비합격자 명단작성을 의무화하도록 해야한다.
부정입학으로 밀려난 피해학생 구제를 결원에 대한 보충의 의미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범죄에 의한 직접 피해자가 부정한 수단으로 빼앗긴 자리를 다시 찾는 정당한 행위라고 봐야한다. 대학이,행정당국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결정이 있기전에 자동적으로 되찾아야 할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인 것이다.
피해본 학생들을 구제하는 절차가 입학시기 동안에 이뤄지도록 대학 당국의 자발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이런 성의있는 노력이 지금 대학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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