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외엔 불 켤일 없는 절전 습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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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매달 초순 찾아오는 전기검침원이 우리 집 처마 밑에 불어 있는 두꺼비집을 열어 보고 농을 던졌다.
『모두 할머니댁 같으면 전기회사가 굶어 죽을 거예요.』
전화요금통지서를 들고 우체국에 가도『전화를 받으실 줄만 알지 걸 줄은 모르시는군요』하는 핀잔 아닌 핀잔을 수납창고 여직원들한테 종종 듣기도 한다.
전기요금이라야 한달에 1천5백원 내외, 전화요금은 3천원 정도 나오니까 이런 말들을 듣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 집엔 형광등이 다섯 군데, 백열등이 네군데 있어 시골집으로 치면 가옥구조가 큰 축에 들지만 남편과 단 둘이 살기 때문에 불 켤 일은 많지 않다.
그래도 독서나 바느질·뜨개질은 낮에 하고 방엔 손님이 올 때를 빼면 TV만 켜놓고 다른 전등은 일체 끈다.
물건은 쓴 다음 반드시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 습성화돼 있기 때문에 밤에 불을 끄더라도 물건 찾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우리 부부는 이미 60년대 중반을 넘긴 시골의 구식 할아버지·할머니지만 퓨주 취급요령이라든가 기본적인 전기상식은 열심히 익혀 잘 알고 있다.
평소에도 한국전력에서 나온 절전표어를 외다시피 하면서 지낸다.
이웃에서는 전기·전화를 그렇게 안 쓰려면 왜 전등을 달고 전화기를 놓았느냐고 비웃을 때도 있다.
절약이 몸에 밴 사람은 그래도 괜찮지만 처음 시도하는 사람에게는 혹여 그만 두게 하는 비아냥은 삼가야 할 것이다.
밤이면 온 집안 불을 환히 켜 놓는 집이나 마루·현관에 불을 켜고 자는 집, 전화기를 몇분씩 들고있는 집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누를 수 없다. <경북 문경군 호계면 막곡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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