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선 아무도 모른 「친절경찰관」심사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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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순경·여경 등 70명으로 암행감찰반 구성/작년 9월부터 민원인 가장해 “비밀활동”
○…서울경찰청은 그동안 일선 경찰서·파출소에서 실제로 친절 봉사를 실천하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경력 2년이하의 순경 30명과 여경 30명,기능별 주임(경위)급 10명 등 모두 70명으로 암행감찰반을 편성해 직접 경찰서·파출소에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 「점검」을 실시해왔다.
암행감찰반은 일선 경찰서 대민부서·파출소에 민원인을 가장해 전화를 걸어 ▲얼마나 친절하게 질문에 대답해주는가 ▲민원인보다 먼저 전화를 끊거나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가 등 세세한 부분을 모두 기록했다. 또 직접 방문했을 경우에는 『아내가 부부싸움끝에 통장을 가지고 가출했는데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느냐』는 등의 구체적인 질문을 해 이에 대한 반응을 확인했다는 것.
○…서울경찰청은 암행감찰반이 다녀간 것을 일선 경찰서가 전혀 모르게 이들의 활동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는 것. 일부 경찰서·파출소는 4개월간의 암행활동을 통해 『민원인들에게 불친절하게 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뒤 『그런 사실 없다』고 발뺌하다 감찰반이 구체적인 내용을 들이대는 바람에 혼쭐이 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번 심사에서 2,3위는 서울 강동경찰서 둔촌파출소,서울 송파경찰서 가농파출소가 차지했으며 이들 파출소에서 1명씩 승진시키기로 했다.
이번 2,3위는 근소한 점수차로 최종 심사 때까지 각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조만간 경찰서별로 93년도 친절봉사경찰관 시상을 위한 심사에 들어갈 계획.
○…암행감찰반 실무를 맡았던 경찰들은 실제 구급약을 준비하고 비오는날 우산을 빌려주거나 공중전화용 동전을 바꿔주는 파출소가 많았다고 설명.
서울경찰청 이동환경위는 『그러나 이같은 친절봉사 사실을 일반인이 잘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았다』며 시민들이 파출소를 「서비스」기관으로 인식해 줄 것을 거듭 당부.
○…김효은 서울경찰청장은 『경찰이 「사는 길」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것밖에 없으며 친절봉사운동을 통해 40여년간 누적돼온 경찰의 왜곡된 이미지를 반드시 바꾸겠다』며 『이번 친절봉사운동은 청장이 바뀜에 따라 흐지부지 돼버리는 대외 홍보용이 아닌 경찰이 진정으로 거듭 나려는 「각성운동」』이라고 설명.
○…경찰의 「친절봉사」심사에 따라 서울 마포경찰서 서교파출소 직원 20명 전원을 승진시키기로 하자 경찰내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제 정말 달라지는 것 같다』며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
이팔호 서울경찰청 경무과장은 『간첩을 잡았어도 불가능한 일』이라며 『경찰이 이번 친절운동에 얼마나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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