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삼성계열별 사장단회의서 강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1세기 전략 기술개발·인재확보 최우선”/고급 두뇌양성에 분야별 고정관념 없애야/하청·부품구매 효율관리로 협력업체 육성
삼성그룹은 11일부터 16일까지 그룹계열사를 ▲전자 ▲중공업과 건설 ▲화학제조 ▲금융·서비스 등 4개 계열로 나누어 부사장급 이상의 계열별 사장단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고이병철회장 시절에는 연말 전체 사장단회의가 삼성그룹의 최고경영전략을 짜는 회의였다면 국제화·개방화로 경영환경이 급변한 이건희회장 체제에서는 성격이 비슷한 4∼5개의 계열사를 대상으로 깊은 부분까지 자유로운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계열별 사장단회의가 사실상 가장 중요한 전략회의로 꼽힌다.
이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21세기에 대비한 경영준비의 급박성을 지적하고 기회선점을 위한 준비로 기술개발과 인재양성을 두개의 축으로 꼽았다.
다음은 이건희회장의 발언 요지.
『40∼50대의 우리 경영자들은 시대의식과 함께 우리 위치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는 역사적으로 「희생의 세대」였던 만큼 다시한번 희생을 각오하고 21세기에 펼쳐질 역사에 책임져야할 시기다. 이미 2백여년 전에 건설된 미국 수도 워싱턴의 도로율은 40%다.
이만큼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21세기에 대비한 준비를 앞으로 2∼3년내에 모두 끝내지 않으면 후발개도국에 추월당하고 저개발국으로 굴러떨어진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흑자냐 적자냐가 문제가 아니라 기회상실을 할 경우 그 피해액은 수십배에 달한다. 첨단경영은 기술개발과 인재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21세기에 접어들면 제조기술은 모두가 비슷한 수준에 올라가므로 소프트웨어 개발이 관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고급 두뇌를 양성하고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의외로 소설가지망생이나 물리학도가 소프트웨어개발에 적당한 인재일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고 경영기법의 하나는 하청·부품구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므로 협력업체를 육성해 이를 경영의 파트너로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21세기를 위해 무엇보다 과감한 투자가 요구된다.
올해 기술투자액을 당초목표인 1조1천억원보다 30%이상 늘려잡아 기술투자에 보다 과감해져야 한다.
껍데기 기술만 베끼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사람도 기술도 끌어들이기 힘들다. 때문에 자력개발밖에 없다.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초일류기업은 최고의 대우와 철저한 교육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기업이 곧 국가와 인류를 책임지는 기업,봉사하는 기업이라는 경영철학을 갖고 실천과 의지가 함께 뒤따라야 한다.』<이철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