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관리들의 몸에 밴 친절(특파원 코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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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취재요청에 성심성의껏 안내 답변/관련자료 찾아주고 손수복사까지
얼마전 일본 도쿄(동경)도청을 찾아간 적이 있다. 대기오염문제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기자는 도쿄도청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누구 소개를 받은 것도 아니다.
도청빌딩 1층 안내소에서 공보관을 찾아 전화로 용건을 얘기했다. 그랬더니 공보관은 직접 해당부서를 찾아가 취재하라고 했다. 대외보도와 관련된 사항은 당연히 공보관이 담당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기자는 조금 의외였다.
35층의 환경보전국 대기보전부 대기규제과장을 찾아갔다. 기자는 즉시 사무실 중앙에 마련된 민원인석에 안내됐다.
안내된 곳에 앉아 조금 기다렸더니 과장이 나와 용건을 물었다.
기자는 취재목적을 얘기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과장은 나의 질문에 몇마디 답변을 하다가 질문이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고 상세한 답변과 자료를 요구하게 되자 기자의 양해를 구한뒤 과장보를 소개해줬다.
과장보는 2시간동안이나 기자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줬다. 필요한 자료를 얘기하면 찾아오는 것은 물론 복사까지 해주는 등 완벽하게 취재에 응해줬다. 아무 관련없는 외국기자에게 이처럼 친절하니 자기네 국민들에게는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관리들의 이같은 친절은 몸에 배있는 것 같다. 물론 취재 내용이 도쿄를 선전하는 것이므로 잘 대해줬는지도 모른다. 미묘한 문제라거나 보도가 되어서는 안될 사항의 경우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청이 민원인에게 친절하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들의 친절은 취재관계로 관청을 찾을때 마다 항상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파원으로 취재하다 보면 시간관계로 전화취재를 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다. 그런 경우도 이들은 대부분 친절하게 질문에 응해줬다. 대기오염문제 취재때도 환경청은 전화로만 취재했다. 무작정 전화를 걸어 『이러이러한 취지로 이런 것을 알고 싶다』고 말하자 즉시 담당자가 나와 응답해주고 필요한 자료는 팩스로 보내주기까지 했다.다른 관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턱 높은 한국의 관청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라는 감이 들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관청의 친·불친절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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