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는 '한국 밸류 10년', 주식은 증권株 유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6호 23면

‘하반기엔 과연 어떤 종목이 오를까.’ 투자자들의 궁금증 1순위다. 상반기 주력부대는 중소형주였다. 증권주나 조선ㆍ기계ㆍ지주회사 주식도 많이 올랐다. 최근엔 정보기술(IT)이 하반기 상승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란 전망도 많았지만 확증은 없다.
그래서 중앙SUNDAY는 고수들에게 이것부터 물었다. ‘지금 수중에 있는 돈으로 주식 세 종목을 산다면 무엇을 고르겠느냐’고.

자산운용 고수 10人의 하반기 재테크 조언

1위는 삼성증권(3명)이었다. 한투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펀드 판매가 확대되면서 수익이 늘고,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해 투자은행(IB) 쪽으로 영역을 넓힐 것”이라며 삼성증권이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대투운용 신준상 대표도 “자통법으로 증권산업이 재편되면서 삼성증권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대우증권도 비슷한 이유에서 하반기 미인주로 꼽혔다.

다음으로 신한금융지주가 2표를 얻었다. 증권주가 유망하지만 은행주 역시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란 함의를 보여준 것이다. 마이다스에셋의 조재민 사장은 “은행업종이 수익성에 비해 저평가됐다”며 “그중 사업 포트폴리오가 가장 좋은 회사가 신한지주”라고 했다. 신한지주는 은행ㆍ증권ㆍ보험ㆍ카드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시장의 큰 변화에도 적응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상반기 히트상품이었던 중공업(현대ㆍ두산) 주식도 고수들이 원하는 포트폴리오에 포함됐다.

IT 종목은 생각만큼 표를 얻지 못했다. 다만 푸르덴셜운용의 이창훈 대표는 “반도체 가격이 바닥권에 진입하고 상승 모멘텀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 액정표시장치(LCD) 업황도 호전될 것”이라며 관련 업종의 대표주를 사고 싶다고 했다.

고수들은 대체로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개인투자자가 아직도 코스닥의 유행 종목을 불나방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이어서 ‘투자하고 싶은 펀드’를 묻자 물건이 확 좁혀졌다. 고수들마저 부러워하는 펀드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 10년 투자 주식’이 4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동원증권 시절부터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길게 보고 돈을 넣는 ‘가치투자’로 이름을 날린 이채원 전무가 운용하는 펀드다. 피닉스자산운용의 김석중 대표는 “증시가 꾸준히 재평가되면서 가치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하고 싶은 상품에 섹터펀드를 하나씩 끼워넣은 이도 많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구

재상 대표는 아시아·태평양의 인프라에 투자하는 펀드를,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는 삼성투신의 물 펀드를 좋게 봤다.

‘슈로더 라틴 아메리카 펀드’나 ‘우리CS 글로벌 천연자원 주식’처럼 최근 주목받은 상품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증시의 기본적인 투자환경은 어떨까. 하반기 경기흐름에 대해선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고수들은 상반기 경기를 100점 만점에 평균 70점으로 봤다. 그러나 하반기는 81점까지 갈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투신 강재영 대표는 “자산가격 상승 효과로 소비가 늘고, 건설투자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CS의 백경호 대표는 “주가가 이미 하반기 경제회복을 예고하고 있다”며 “다만 회복세는 완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가 좋으면 주가도 한 단계 더 오를 텐데,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대투운용 신준상 대표는 “하반기 최저치로 1700선(7월)에서 방어벽을 구축한 뒤 최고치는 1950선(12월)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일수록 주가 전망은 항상 조심스럽다. 일단 고수들은 최저 1600 중반~최고 2000선에 이른다는 데 의견이 수렴됐다.

그러나 ‘금리상승을 조심하라’는 이구동성의 경고 사이렌도 나왔다.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돈이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마이다스에셋 조재민 대표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 긴축에 들어가면 유동성이 위축돼 주가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위험에 투자자들이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점도 복병으로 지적됐다. 상반기 고
수익에 도취해 안테나가 녹스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고수익에 대한 안도감을 버려야 시장이 제대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긴축조치와 이에 따른 증시 위축도 고수들이 우려하는 단골메뉴였다. 중국 시장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고 면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회는 여전히 많다’는 시각도 뒤지지 않았다. 가계 자산이 ‘은행 → 주식’으로 본격 이동하는 큰 물꼬가 트였다는 낙관이 많았다(8명). KTB 장인환 대표는 “펀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주가가 상승하는 선순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도 바꿔야 한다는 훈수가 나왔다. 상반기에 국내 주식형 펀드의 약진이 확인된 만큼 비중을 늘리라는 쪽이 많았다. 다만 우리CS 백경호 대표는 “상반기 주가가 많이 올랐으니 하반기엔 부동산ㆍ인프라 펀드 등의 비중을 늘려 방어적으로 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