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FTA 서명식 이후 대선 주자들 비준을 위해 솔선수범 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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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 19면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을 마무리짓고 30일 서명까지 함으로써 양국 정부 간 FTA 협상을 둘러싼 모든 절차를 마쳤다.

추가협상을 통해 혹시 우리가 새로운 시장개방의 의무를 지지는 않을까, 우리의 뒤처진 법과 제도를 새롭게 바꿔야 하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그래서 FTA 반대파에 새로운 빌미를 제공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공연했던 것으로 판명이 났다.

이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하지만 눈앞은 여전히 산 넘어 산이다. 국회의 비준동의부터 그렇다. 우리 국회뿐 아니라 미국 국회도 한ㆍ미 FTA에 관해 비준동의를 받는다는 게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양국 국회 모두 일차적으로는 FTA가 관심의 뒷전이고, 반대 목소리가 강한 인물과 정당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대선이 있는 미국은 벌써부터 예비후보들 중 일부가 한ㆍ미 FTA 반대 성향을 드러내고 있고, 민주당 지도부도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대선까지 반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니 정당이나 예비후보들이 FTA를 고려할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농촌이나 중소기업 분야 등 FTA로 인해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될 부문들을 고려해 FTA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다.

정부로서는 9월 정기국회에 비준동의안을 내놓을 태세지만, 대선을 반년 앞둔 지금도 뒷전인데 대선을 두 달 앞두고 과연 국회가 FTA 비준에 적극적일지 의문이다. 칠레와의 FTA 때처럼 미국이 한국 국회가 비준을 하면 자기네도 비준하겠다는 우스운 꼴이 재연될까 걱정된다.

우리 정치인들이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한ㆍ미 FTA야말로 국민들에게 정당과 후보의 열린 국제관과 바른 경제관을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소재라는 것이다. 경제의 성장과 활력, 일자리를 위하는 정당과 후보들이라면 ‘9월까지 미룰 게 아니다, 당장 비준 절차를 밟게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할 법하다.

늦건 빠르건 한ㆍ미 FTA는 앞으로 굴러가게 돼 있다. 이제는 정부가 다른 FTA 협상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EU나 중국과의 FTA 협상 타결에 집중해야 할 때다. 미국과의 FTA도 이렇게 버거운데 무슨 소리인가 할 수 있으나, 동북아 FTA 허브로 향하는 지금의 모멘텀이 자칫 눈 녹듯이 사라질까 걱정해서다. 지적재산권 보호나 농산물 문제 등으로 EU도 중국도 FTA를 서두르기에는 부담스러운 점이 없지 않겠으나, 미국과의 FTA 체결로 유리해진 우리의 협상 입지를 백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FTA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한 가지 잊고 지내는 게 있다. 바로 일본과의 FTA다. 세 번째로 큰 교역상대, 가장 큰 수입상대국, 가장 활발한 민간교류 상대와 FTA를 맺지 않고 있는 상태는 분명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미국과 FTA 협정문에 서명하는 것을 보면서 일본도 많은 것을 깨달았을 게다. 더 이상 일본을 차가운 바깥에 세워두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협상 입지가 탄탄한 이때 일본과의 FTA를 재발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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