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 저해 행정규제/경제난 더 악화시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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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거미줄 간섭」5백개/시대 바뀌었는데도 법령 그대로
생산수출의 위축 및 투자부진으로 저성장권에 떨어진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은 자금난이나 기술개발 낙후 못지않게 기업인들의 의욕을 꺾고 있는 불필요한 행정규제가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잇따라 철수하고 있는 것도 무엇보다 행정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귀찮게 구는 행정규제를 과감히 수술해야 한다.
마침 김영삼 차기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행정규제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같은 규제는 우리 기업의 대외경쟁력·기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경제체질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있다.<관계기사 5,6면>
전경련은 최근 새정부의 국가경영과제 21가지를 제시,개선되어야 할 기업규제가 5백여가지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5단체 산하 「행정규제 민간연구센터」도 11일 개선필요성이 있는 기업 관련규제 5백94건을 지적,이 가운데 불합리한 경우가 전체의 46%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구센터는 규제집행에 비효율성이 있는 경우가 26%라고 분석했고 놀랍게도 규제할 근거가 없다고 보이는 경우도 22%가 됐다. 그밖에 형평에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규제가 6%였다.
이 센터가 지난해 7백명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인의 66%가 「정부규제가 너무 심하다」고 답변했다. 6공이 펴온 규제완화 시책에 대해서는 74%의 기업인이 「완화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해 완화조치가 말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환경·소비자보호 등 공익을 위해 규제가 불가피하다 해도 수십년간의 관치행정에서 공장설립·생산·판매·금융차입·수출입·조세·신규사업 참여 등 각 분야에서 기업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민간의 창의성과 활력을 갉아먹어온 것이 사실이다.
특정산업에의 진입규제로 프리미엄과 독과점을 발생시킨다거나 「5·8부동산 조치」처럼 법규에도 없는 규제를 멋대로 해 말썽이 거듭되기도 했다.
또 공장을 설립하는데 최고 1백99개 기관에 60개 단계를 거쳐 3백12건의 서류를 내며 진을 빼야하는 상황이다.
환경·안전·보건관리 요원 등 기업의 의무고용 인원은 중견·대기업의 경우 전체인원의 2% 수준인 반면 중소기업은 8∼17% 수준이 되는 등 모순되는 규제가 수두룩하다.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한 기업환경의 악화로 특히 제조업분야를 중심으로 외국기업의 철수가 늘어 지난해만도 74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하대한상의회장은 『우리가 세계 12대 교역국이지만 기업규제는 개도국 수준』이라며 『국내 시장개방 상황에서 경쟁을 통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라도 규제가 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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