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로 가는 클린턴 딸/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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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 당선자가 외동딸 첼시양(12)을 워싱턴 시내의 사립중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지들은 이러한 사실을 1면에 큰 뉴스로 다루고 있다.
이들 신문은 대통령 딸이 어느 학교를 다니느냐에 흥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클린턴이 왜 공립중학교를 마다하고 사립학교를 선택했느냐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은 선거운동 기간동안 미국의 공립학교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는 미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이유가 교육의 부실로 노동력의 질이 저하돼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기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며 공립학교의 질적인 향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에는 시카고 등 대도시의 흑인만 모여 사는 동네의 학교를 방문하는 등 저소득층의 교육에 관심을 표명해 왔으며 당선 후에도 서민들이 애용하는 맥도널드에 자주 들러 자신이 미국의 중산층을 대표한다는 인상을 심어왔다.
클린턴은 그와 같이 결정한뒤 『이러한 결정은 나의 교육정책과는 무관한 것이며 단지 부모로서 어떤 것이 딸을 위해 최선인가를 놓고 사립학교로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부인 힐러리여사와 딸 첼시양은 시내의 몇몇 공립학교도 알아보며 고민하다 결국은 사립학교를 택하게 됐으며 첼시양의 의견을 많이 존중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댄 퀘일부통령의 세자녀도 모두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으나 당시는 이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클린턴당선자의 경우는 바로 이러한 결정이 자신의 선거공약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론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언론들의 이같은 관심은 『선거때는 서민을 대변하는 것처럼 제스처를 쓰다가 결국 대통령이 돼 1년에 1만달러 이상이 드는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니 당신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깔고있는 것이다.
특히 대도시 공립학교의 학교 질이 높아지기를 희망했던 많은 학부형과 관련인사들은 클린턴이 딸을 공립학교에 보내기로 함으로써 갖는 상징성에 많은 기대를 걸었었다.
대통령이 자신의 외동딸을 미국에서도 교육환경이 가장 열악하다는 워싱턴 시내의 공립학교에 보냄으로써 이제 미국의 교육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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