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단둥서 열린 '북한 상품 전람회' 가보니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북한산 제품의 중국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북-중 수출입 상품 전람회'가 26일 중국 단둥에서 나흘 일정으로 개막했다.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 여성들이 의류 등을 팔고 있다. [단둥=장세정 특파원 ]

"이 물건 어케 팔지?"(30대 북한 여성 판매원)

"열 장 이상 사면 장당 10위안(약 1200원)에 팔고, 열 장 밑으로 사겠다면 15위안씩 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네?"(40대 지도원)

26일 오전 9시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야루장(鴨綠江)호텔 1층 대형 전시장. 북한 제품의 중국 수출을 촉진하기 위한 '제2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출입 상품 전람회'가 이날부터 나흘 일정으로 개막됐다.

행사 시작 전부터 북한의 섬유 업체인 조선봉화총회사 부스에서는 판매 촉진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부스에 배치된 남자 지도원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 판매원에게 판매 기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곳은 말하자면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 있던 북한 자금 문제가 풀린 뒤 열린 북한의 대규모 대외 무역 관련 국제 이벤트 현장이다. 본지가 국내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이곳을 돌아봤다.

전람회에는 행사를 주관한 북한과 중국의 정부 및 관련 기관 관계자, 제품을 전시한 북한의 22개 기업 관계자, 중국 기업인 등 30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행사 시작 후 40~50대로 보이는 중국 여성들이 한 의류 코너에 대거 몰려 흥정을 시작했다. 전시된 블라우스.브래지어.수영복 등 여성용 의류 제품은 품질이 괜찮아서 그런지 꽤 잘 팔렸다.

조선동방 속효(速效)약물센터가 출품한 의약품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발기부전 치료제 '네오 비아그라 YR'은 중국 남성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부스에는 평양의과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부박사(副博士) 학위를 땄다는 류향금(여) 부소장이 직접 나와 제품을 선전했다.

전시회가 공식 개막한 지 약 한 시간가량이 지나면서 각 부스의 매출이 쑥쑥 늘어나자 북한 판매원들은 흐뭇한 표정이 역력했다.

"벌써 1500위안 벌었다. 오늘 하루 밥값은 이미 다 했다." 평양시 중구 중성동에 본사가 있다는 조선삼흥회사의 '청혈(淸血) 보석' 판매 부스. 40대 후반의 남자 판매원은 500위안 짜리 반지 3개를 팔았다며 뿌듯해했다. "피를 맑게 하는 특효가 있어 국제보석감정기구가 보증한 제품"이라는 선전이 먹혀 든 덕분이라고 했다.

이날 전람회에 참가한 북한 기업들은 조선공업총회사.조선흑색금속수출입회사.조선천연돌가공무역회사 등 업종이 다양했다. 지난해에도 참가했다는 단둥의 중국인 사업가 양모씨는 "제품의 품질이나 종류가 1년 새 꽤 좋아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북한 기업인들은 한글과 중국어 외에 러시아어로 된 회사 소개 책자를 부스에 비치하고 중국 측 사업 파트너를 위해 휴대전화 번호까지 적은 중국어 명함을 준비했을 정도로 '사업 마인드'를 갖추고 있었다. 낡은 데스크톱 컴퓨터를 판매대 옆에 들고 정산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시장경제와 흥정에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서툴러 보이는 장면들도 적잖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전람회장에는 중국에서 유학한 직원들이 다수 배치됐고 일부 직원은 서툰 영어를 구사하기도 했지만 판매원의 대다수는 중국어로 가격 흥정을 하지 못하는 장면도 있었다.

전람장을 함께 둘러본 한 한국인 사업가는 "최근 들어 중국과의 교역이 급증하면서 북한의 대중 무역 적자가 지난해보다 29% 이상 늘어난 7억6400만 달러를 넘었다"며 "이번 전람회도 중국과의 적자 폭을 줄여보려는 의도에서 열린 눈물겨운 몸부림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람회장에는 단둥과 톈진(天津).하이난(海南).선양(沈陽).다롄(大連).당산(唐山)에 본사를 둔 중국 기업들도 다수 참가했다.

단둥=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