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결정 빠를수록 좋아|대입 낙방 생을 위한 가정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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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번 전기 대 응시자는 모두 59만8천여 명으로 이중 전-후기 합쳐 16만4천여 명만 합격, 43만여 명이 낙방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 특히 이번 전기 대 입시는 예년에 비해 커트라인이 대폭 높아지면서 고득점 낙방 생이 속출했다. 교육관계자들은 고득점 낙방 생의 경우 기대감이 컸던 상태라 정신적 갈등과 좌절감이 더욱 크며, 낙방의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허탈감과 분노를 느껴 마음의 평정을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전기대 입시 수험생들 대부분이 자기예상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도 떨어진 만큼 후기대준비나 다른 진로 선택을 해야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가족·교사·선배들의 보다 각별한 배려와 격려가 요구된다.
장영준 교사(50·서울 휘문고)는『수험생 자신이 낙방은 나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 대범한 생각을 갖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이를 위해 부모들은 위로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혼자 극복할 수 있도록 조용치 시간을 준 뒤 담임 선생님이나 선배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조언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최종복 교사(47·서울 구정고)는『자신의 예상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던 학생들은 자기환상에 빠져 후기대입시에서 무리를 해 다시 실패할 수 있다』며『부모나 수험생이 배치고사성적이나 교사의 조언 등에 따라 냉철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 교사는 낙방 생들에게 지금 낙담만 하고 있지 말고 후기대에 갈 것인가 재수를 할 것인가를 빨리 결정하라고 당부한다.
후기대입시를 결심했으면 지금부티 국·영·수 감각을 다시 익히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다. 전기 대 입시 직전의 공부감각으로 하지 말고 10, 11월에 공부하던 진도대로 수험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최 교사는 말한다.
재수를 생각하는 수험생들이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94년부터 입시제도가 바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역대 수많은 입시제도의 변화가 재수생에게 특별히 불리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재수를 결심할 때 입시제도의 변화는 염두에 두지 말라』고 충고한다.
김창기 교사(58·서울 경기여고)는『새 입시제도에서 도입된 수학능력시험은 성숙된 사고력과 어휘 력을 더욱 요구하기 때문에 1년 더 착실히 공부하면 오히려 재학생들보다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교육관계자들은 낙방 생들이 부모의 심한 실망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충고로 인해 더 많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부모들이 꿋꿋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낙방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이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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