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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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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 사회의 시대적 문제제기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주로 어떤 문제에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은 총체적 위기라고 진단할 수 있는 한국적 병리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에서 찾아진다고 하겠다.
이번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3당의 후보들이 이같은 난 국적 병리현상을 신한국 창조나 대화합의 정치, 경제회복 등 정책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 것은 이 시대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적절하게 잘 짚은 것이라고 본다.
지난 30여 년간 고속의 산업화를 이룩해 오는 동안 한국은「모범적인 신흥공업국」등의 명성을 획득함으로써 얻은 것도 많지만 이에 못지 않게 잃은 것도 많다.
특히 효율성을 발전의 제일원리로 삼는 경직된 사고체제하에서 자기논리만 내세웠던 억압구조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회복하기 힘든 갈등의 깊은 골을 파 놓았다.
예컨대 이같은 효율성의 논리에 의해 추구된 산업간·지역간·부문간의 불균형 성장과 더불어 자본가와 노동자 계층 사이의 소득격차에서 야기되는 경제적 불평등현상은 심각한 사회적 긴장과 갈등을 초래해 왔다.
뿐만 아니라 산업화에 따른 불평등이 심화되면서부터 한국사회는 전통사회의 상부상조 정신 대신 무자비한 경쟁심과 탐욕적인 자기중심주의, 상호 착취 정신이 지배력을 갖는 비인간적인 사회 면모를 보이고 있다.
또한 경제 엘리트들의 성공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는 모방적인 탈 규범적 축재방식을 고무해 일확천금주의와 불질만능주의를 촉진시켰다.
공사를 막론하고 만연되고 있는 부정부패는 물론 인신매매 범죄나 반인륜적 폭력성 범죄·충동범죄 등은 한탕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불러온 대표적인 사회적 병리현상들이라 하겠다. 그밖에 혁명적이며 민중 지향적인 젊은 세대의 급진적 혁신주의는 안정 희구 적이며 시민 지향적인 기성세대의 점진적 개량주의와 강렬하게 충돌했다.
지난 몇 년간의 민주화 진행과 이번 선거를 통해 탄생하게 될 문민정부 등장으로 종래와 같은 갈등의 강렬성은 재현되지 않겠지만 보 혁의 대결구조는 앞으로도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4반세기 동안 개발 독재의 억압구조하에서 성공적인 산업화가 추진되어 오는 동안 이처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확대 재생산되어 온 갈등 현상들은 오늘날 급기야는 사회해체의 속성을 산출하기까지 한다. 그 결과 한때 사자와 같은 기상으로 헌신 몰입했던 일에 대한 열성은 사라지고 대신 향락주의와 나태주의가 사회도처에 만연되고 있다.
더욱이 근년에 와서는 이른바 3D현상으로 불리는 선진국병이 직종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남으로써 총체적 위기감을 더해 주고 있다. 어느 외국기자의 말처럼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조로한 한국 사회를 다시 한번 건강하고 활기찬 사회로 재생시킬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을 대략 기회구조의 균등부여, 전인교육의 확충, 새로운 사회운동의 전개 등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기회구조의 균등 부여는 우리사회의 어떤 구성원이나 부문도 생활기회의 불평등한 배분으로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자본가와 대기업. 도시와 특정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동자와 중소기업, 농촌과 기타지역이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인교육의 확충은 경쟁적이고 출세 지향적인 입시교육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신 공동체의식을 새로운 세대에 내면화시킴으로써 보다 인간다운 사회를 창출해 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운동의 전개는 지금까지 언급된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을 치유하기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한 사회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 각 분야의 요구가 더 이상 단순한 집단 이기주의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승화되는 건강한 사회운동이 추진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일한 만큼 받는다」는 비례적 보상원리에 따라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고, 소유의 과다를 떠나 호혜롭게 어울려 사는 새로운 공동체의 생활지혜가 창 발될 때 우리사회는 다시 한번 신명나는 사회의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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