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점 먼저 발표하면 손해”/대학가 점수부풀리기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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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맞수” 연·고대 기상천외한 편법동원 신경전/첫공개 성대 “후회”… 교육부 “꼭 규명” 별러
3백점이상 고득점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93학년도 전기대 입시사정이 발표되면서 온갖 기발한 방법을 동원한 합격자 평균점수·3백점이상 고득점자수 부풀리기 경쟁이 각 대학사이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해마다 빚어지는 대학간 과대포장 경쟁은 특히 지난해의 경우 사상 유례없는 쉬운 출제로 3백점이상 고득점자가 92학년도에 비해 2배이상 양산되면서 대외 홍보효과의 극대화와 함께 자존심을 건 대학간 경쟁 심리 등으로 인해 그 정도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부풀리기 경쟁」의 절정은 전통적 라이벌 관계인 연세대와 고려대의 입시사정 결과발표. 사정결과를 먼저 발표한 고대는 법대 3백19점 등 각 학과 합격선을 「당당하게」 공개하면서도 3백점이상 합격자 비율 계산에서는 서창캠퍼스를 쏙 빼버리는 편법을 구사했다. 고대의 3백점이상 합격자수는 3천6백70명으로 전체 입학정원 5천1백50명의 71%이나,정작 발표는 「안암캠퍼스 정원의 93.4%」라고 했다. 고대는 서창캠퍼스정원(1천2백20명)까지 포함시켜 발표할 경우 3백점이상자의 비율이 전날 사정결과를 발표한 서강대의 3백점이상자 비율(80%)보다도 뒤지는 것을 꺼렸을 것이라는 추측.
고대 발표가 있은지 몇시간뒤 연대는 사정결과가 고대와 비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학과별 합격선을 발표하지 않고 대신 합격자 평균점수를 의예과 3백23점 등으로 발표했다. 또 고대보다 한술 더 떠 3백점이상 득점자가 4천4백57명으로 신촌캠퍼스 정원의 1백20%라고 발표했으나 이는 합격자 외에 낙방생까지 포함시킨 숫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연대가 학과별 합격선 및 3백점이상 득점자수에서 고대와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우세한 것으로 여겨지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고대는 『우리도 3백점이상을 얻고도 탈락한 수험생을 합치면 4천2백76명이 된다. 3백점이상 합격자만 따지면 우리가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연대는 학과별 합격선과 3백점이상 합격자 수를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로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정답시비를 빚었던 학력고사 영어 주관식 8번문제에 있어서 국립평가원이 제시한 답안과 유사답안 사이에 엄연한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많은 대학들이 유사답안에 부분점수 대신 만점을 준 이유가 「점수 부풀리기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유사답안을 0점 처리하려던 많은 대학들이 경쟁관계에 있는 대학들이 하나 둘씩 이를 만점처리하거나 부분점수를 주기로 하자 채점교수들 사이에 『굳이 0점 처리해 단 몇점이라도 우리 대학전체 평균점수를 낮출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는 농담조 얘기가 떠돌았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에서 가장 빨리 입시사정 결과를 발표한 성균관대의 경우 관계자들이 『괜히 서둘렀다』고 후회하고 있다. 나중에 사정결과를 발표한 대학들의 경우 한결같이 성대가 밝힌 학과별 합격선과 3백점이상 득점자 수보다 1점이라도 높고,1명이라도 많았기 때문이다. 91년에 가장 먼저 합격자를 발표했던 숭실대가 92년에는 거의 막판에 접어들어서야 발표한 것도 이미 「발표 선두주자」로서의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미 『일부 대학에서 합격선 등을 사실과 다르게 발표한 혐의가 짙다』며 입시가 모두 끝난후 감사 등을 통해 진상규명을 벼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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