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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패밀리 레스토랑‘표준과의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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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글로벌 패밀리 레스토랑 TGIF가 소속된 미국 외식전문업체 칼슨 레스토랑 월드와이드(CRW)의 리처드 스미스 사장이 25일 한국에 왔다. 스미스 사장은 TGIF 한국 매장을 운영하는 푸드스타 측과 도착 즉시 열린 회의에서 최근 한국의 TGIF 매장에서 일어난 각종 변칙 운영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당점ㆍ서초점에서 본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샐러드바를 운영하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일부 메뉴의 구성을 바꾸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푸드사타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베이컨 같은 식자재를 본사 규정에 맞지 않는 제품을 쓰는 등 변칙 운영이 만연한 것으로 본사는 파악하고 있다”며 “이 모든 행태가 TGIF의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 위해 사장이 직접 방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에 ‘글로벌 스탠더드’ 비상이 걸렸다. 패밀리 레스토랑 본사는 조리법부터 서비스 방식까지를 시시콜콜 표로 정리해 운영 지침을 담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각 점포에 보낸다. 전 세계 매장의 맛과 서비스를 통일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패밀리 레스토랑이 급속히 늘면서 국내 시장 경쟁이 심화하자 일부 매장에선 변칙 운영이 일어나고 있어 본사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한국에 진출한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는 대부분 미국 업체들이다. 이 중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의 외식업체가 사업권을 받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형태다. 이 때문에 한국 업체들이 때때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어겨 말썽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패밀리 레스토랑 본사는 수시로 한국에 점검단을 파견해 매장 운영을 점검한다. 토니로마스는 9~14일 3명의 실사단이 한국을 찾았다. 12일 본지 기자가 동행해 지켜 본 토니로마스 아트센터점에 대한 실사 조사는 초긴장 상태에서 진행됐다. “버터를 미리 그릇에 덜어 두면 향이 다 날아간다는 것을 모르나요?” 실사단은 연신 날카로운 지적을 쏟아내고, 매장 관계자들은 초긴장 상태였다.

 베니건스는 3개월에 한 번,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2개월에 한 번씩 본사 직원의 방문을 받는다. 이들은 매장을 직접 점검하며 메뉴나 내부 인테리어, 서비스 지침 등을 본사와 상의 없이 바꾸지 않았는지를 점검한다.

 패밀리 레스토랑 본사들이 한국 매장에 유독 신경을 쓰는 것은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이 아시아 최대 규모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음식ㆍ서비스 수준이 다른 업체보다 낮다고 평가되면 다른 나라에도 파급 효과가 있다고 여긴다. 실제로 아웃백스테이크ㆍTGIF는 한국 매장의 수가 각각 95곳, 53곳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고 매출 역시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경희대 외식산업학과 고재윤 교수는 “특히 한국은 매장 수가 많고 고객들이 까다로워 본사의 주요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업주들은 패밀리 레스토랑이 급속히 늘면서 경쟁이 심화돼 미국 본사가 시키는 대로만은 할 수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변칙 운영으로 논란이 된 푸드스타 측은 샐러드바 운영에 대해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며 “경쟁이 심해지며 일부 매장을 철수할 정도로 힘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은화·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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