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소식/선진자본·기술도입에 역점/개정헌법 경제 관련조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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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첨단산업·농업기계화 쪽에 눈돌려/김정일 경제지도 강화 세습굳히기
최근 공개된 북한의 개정헌법 가운데 경제 관련조항의 변화는 ▲대외개방정책 천명 ▲대내 과학기술혁명 강조 ▲김정일 경제지도 강화 등 크게 세가지인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의 개정헌법 가운데 새경제 관련조항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사회주의국가의 헌법은 현체제 질서의 「거울」이면서 강령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조항의 변화는 곧 북한경제의 오늘과 내일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7장 1백71조로 된 북한의 새헌법 가운데 경제관련 조항은 제2장 19∼38조에 걸쳐있어 구헌법(제2장 18∼34조)보다 외형상 3개조(16,32,37조)가 신설됐다. 나머지 관련조항들은 문구의 수정,내용의 변경·추가 정도에 그쳤다.
즉 전체적으로 새경제조항은 북한식 사회주의체제의 틀 속에서 경제난 타개와 김정일의 후계화에 그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새헌법은 37조에 외국법인·개인과의 기업합병과 합작을 장려한다는 조항을 신설,자본주의 국가의 외자도입에 길을 터놓았다.
이 조항은 북한이 최근 가장 큰 교역대상국이었던 소련의 붕괴속에서 악화일로를 치닫는 경제난을 헤쳐나가기 위해 선진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보겠다는 뜻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37조는 올 10월 제정된 외국인투자법 등 세가지 관련법의 헌법적 모태가 됐다.
이와 함께 이 조항으로 북한의 그동안 계속 되풀이해온 스스로 생산·소비한다는 자력갱생의 원칙이 사실상 희석화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헌법은 또 정치조항인 16조에 외국인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장한다고 명시,37조와 보조를 맞췄다.
다음으로 새경제조항의 특징은 과학기술혁명이 대내경제의 제1차 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이다.
물론 구헌법에도 기술혁명이라는 용어는 쓰고 있으나 새헌법 26조와 27조는 각각 「인민경제의 현대화,과학화를 다그쳐…」「기술혁명은 경제발전을 위한 기본고리다」라고 명시해놨다.
또 28조는 구헌법 26조에 「농촌기술혁명을 다그쳐 농업을 공업화 하며…」라는 부분을 넣어 농촌기술 발전을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현재 추진중인 「과학기술발전 3개년 계획」과 맥락을 같이한 것으로 그동안의 중공업 우선,농업·경공업 병진정책에서 다소 벗어나 대외개방 정책과 맞물려 전자·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과 농업기계화 쪽에 눈을 돌린 것으로 주목된다.
특히 이들 조항과 관련해 외국인투자법은 7,8조에서 「첨단기술을 비롯한 현대적 기술과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부문 등은 투자를 특별히 장려하며 이 부문의 투자는 세금감면 등 혜택을 받는다」고 뒷받침 하고 있다. 아울러 28조는 농촌발전 계획의 실패에 따라 식량난에 부대끼는 북한 실상을 반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 헌법은 이와 함께 문화조항 51조에 「과학기술발전 계획을 철저히 수행하고 과학자·기술자·생산자들의 창조적 협조를 강화한다」라는 항목까지 신설,과학기술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 관련조항이 이처럼 기술혁명 쪽으로 무게 중심의 쏠린 것은 북한이 구소련·동구의 붕괴로 신진과학기술 도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경제발전의 「필연적 과제」인 과학기술 개발에 주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새 경제조항은 32조에서 「경제지도 관리에서 정치적·경제기술적 지도 및 정치도덕적·물질적 자극원칙을 견지한다」라고 밝혀 김정일이 평소 되뇌어온 지침을 판에 받듯 옮겨놓았다.
이는 새헌법이 김정일 주도의 과학기술 사업에 역점을 둔점,주식 외에도 최고 군사령관이 될 수 있도록 한 조항(제107조)과 함께 김정일의 세습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구헌법의 33조 「국가는 세금을 완전히 없앤다」는 규정은 새헌법 25조에서 「세금이 없어진 우리나라」로 바뀌었다.
게다가 25조는 「모든 근로자에게 먹고,입고,쓰고 살 수 있는 온갖 조건을 마련해준다」고 덧붙이고 있는데다 최근 일부 세제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 현실에 비춰볼때 대내적으로 주민들의 불만을 추스르기 위한 선언적 규정으로 보인다.
또 새 헌법이 대외개방 정책을 밝혔음에도 경제조항 20,21조는 구헌법 18,19조보다 생산수단에 대한 국가와 협동단체의 소유를 한층 강조해 흥미를 끄는 대목이다.<오영환기자>
□북한의 신·구헌법 경제조항 비교
●신헌법
20조:생산수단을 국가와 협동단체만 소유
21조:국가소유 우선적 보호
●구헌법
18조:생산 수단은 국가 및 협동단체의 소유
19조:국가소유는 경제 발전서 주도적 역할
●비고
국가소유 강조(변경)
●신헌법
23조:농민의 사상의식 제고
●구헌법
24조
●비고
농민사상 의식강화(추가)
●신헌법
25조:세금이 없어진 우리나라…
●구헌법
33조:국가는 세금을 완전히 없앤다
●신헌법
국가는 모든 근로자에게 먹고,입고 쓰고 살 수 있는 온갖 조건을 마련하여준다.
●구헌법
33조:국가는 세금을 완전히 없앤다
●비고
식량난 등 무마용 선언적 규정(변경,추가)
●신헌법
26조:인민경제의 주체화,현대화,과학화 강조
●구헌법
24조
●신헌법
27조:기술혁명은 경제발전을 위한 기존고리임
●구헌법
25조
●신헌법
28조:농촌 기술혁명을 다그쳐 농업을 공업화
●구헌법
26조
●비고
경제난 돌파위한 기술혁명 강조(추가)
●신헌법
32조:경제지도 관리에서 정치적,경제기술적 지도 및 정치 도덕 적 ,물질적 자극원칙 견지
●구헌법
26조
●비고
김정일의 지도지침 반영(신설)
●신헌법
37조:외국법인·개인과의 기업합병과 합작장려
●구헌법
26조
●비고
대외개방 정책전환(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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