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정치」 실천이 중요(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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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대통령당선자 주변에서 국정개혁에 관한 각종 구상과 방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선자의 대국민 약속이 개혁과 변화이고 지금 우리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도 개혁인 만큼 개혁의 청사진과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각종 개혁방안들이 일정한 체제도 없고 통합적 검토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지고 있어 그 실현성·구체성에 관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는 최근 나온 여러 개혁방안 가운데 「깨끗한 정치」에 관한 당선자의 구상에 특히 주목한다. 깨끗한 정치는 당선자의 선거공약중에서도 가장 실천의지가 강조된 것일뿐 아니라 깨끗한 정치가 실은 모든 국정개혁의 바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깨끗한 정치를 위한 당선자진영의 구상은 대체로 정치적으로는 선거제도 개혁·정치자금법개정·민자당조직의 축소·재벌정치참여의 차단 등이 나오고 있고,행정적으로는 대통령직속의 부정방지위설치·공직자재산공개·반부패국민운동 전개 등이 검토되는 모양이다.
다 그럴듯하고 필요한 일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런 일들이 실천되고 정말 깨끗한 정치가 전개되리란 믿음을 국민들이 갖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 정부도 취임초엔 으레 개혁이니 새정치니 하는 말들을 해왔고 임기중에도 노상 깨끗한 정부와 서정쇄신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늘 그렇고 그런 식으로 끝나고 만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 그런 전철이 이번에도 되풀이 될 것으로 믿진 않지만 실제 한가지 예로 선거제도개혁과 같은 문제만 해도 원내3당이 각자 안을 만들고 협상을 해야 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초기의 개혁열정은 어느덧 식어버리고 다시 각당의 이해다툼으로 세월을 보낼 것 같은 예감이 벌써부터 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모든 개혁의 바탕이 될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국정의 최고책임을 질 당선자의 강력한 실천의지가 가시화돼야 한다고 본다. 당선자가 스스로 말했듯이 「맑은 윗물」의 모범을 보이고 자기와 주변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정치자금을 만들고 여당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대 대통령의 관행을 자기는 끊어야 할 것이며,선거때 신세진 기업에 대한 보답이 없을 것임을 재계가 믿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곧 있을 요직인사에서 부패·치부의 요소가 있는 인사를 과감히 배제하는 것이다. 그런 인사에서 당선자의 의지는 객관화되고 국민들도 믿게 될 것이다.
우리는 최근 김영삼당선자의 언행에서 깨끗한 정치에 대한 그의 의지가 범상치 않음을 인정한다. 깨끗한 정치를 위한 아이디어나 제도는 그대로 추진하되 당선자의 지속적인 강력한 실천의지가 그것을 이끌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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