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우 값의 25% 미국산 쇠고기 견본 250㎏ 이틀 새 다 팔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23일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일반 시민에게 판매하기 시작한 정육점 '더미트샵'(육류 수입업체 애그미트 직영점). 경기도 성남시 궁내동에 있는 99㎡ 규모의 이 점포에는 25일 하루종일 소비자들로 북적거렸다.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이 중단된 지 4년 만에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팔리자 소비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애그미트 진용구 사장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찾아온 소비자들 덕분에 이틀 만에 견본으로 들어온 250㎏이 동났고, 25일엔 80㎏을 팔았다"며 "물량만 확보되면 수입 중단 이전의 판매량을 금세 회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서 왔다는 오수영(58)씨는 "고기가 생각보다 싸고 좋아서 3㎏이나 샀다"며 "평소 호주산 쇠고기를 먹었는데 미국산이 값은 절반 정도인데 고기 색깔은 더 좋다"고 평가했다.

이 정육점에선 미국산 초이스(한우 1~1+등급 정도)급 등심이 100g당 1500원에 팔린다. 이날 롯데마트에서 팔린 돼지고기 삼겹살(100g당 1580원)보다 싼 가격이다. 호주산의 절반, 한우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정육점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고기 색깔의 선명도나 마블링(지방분포도)은 호주산 와규에 뒤지지 않는다"고 만족해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특별히 반긴 고객은 식당 업주들. 경기 용인시 신본동에서 갈비집을 한다는 정강연(41)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후 싸고 맛있는 쇠고기 구하기가 어려워 돼지갈비 등을 팔았는데 이젠 다시 쇠고기를 팔 수 있게 됐다"며 미국산 갈비본살 100㎏을 추가로 주문했다.

"광우병 때문에 찜찜하다"며 호주산 쇠고기를 구입하는 주부들도 있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 쇠고기 수요를 상당 부분 대체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마트 유지훈 축산팀 구매관리자는 "호주산 쇠고기 가격이 5월보다 10~15% 떨어졌고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며 "한우 고급육은 별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더미트샵에서 25일 팔린 호주산 쇠고기는 67㎏으로 평소 판매량(120~130㎏)의 절반 수준이었다. 한우는 평소처럼 20㎏가량 팔렸다.

유통업계에서는 수입육 부문에선 미국산 쇠고기가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형 할인점 업계는 미국산 쇠고기 물량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수용 갈비 수출 파동' 등으로 수입에 차질이 빚어져 대형 유통점들은 물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금 애쓰고 있지만 8월 중순께나 돼야 미국산 쇠고기를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올 4월 수입이 재개된 이후 한국에 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모두 337t, 검역 중인 물량은 현재 393t이다.

임미진.한은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