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관계 통로 거부한 일부 시민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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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기독교윤리실천운동·녹색미래·대한YWCA연합회·흥사단의 5개 시민단체가 어제 시민단체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하는 헌장과 행동규범을 선포했다. 그동안 비판받아 온 “나만 옳다”는 식의 아집에서 벗어나 조직과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의견을 겸허하게 듣는 내적 혁신을 통해 비정부기구(NGO)로서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란다.

 반가운 일이다. 헌장에서 밝혔듯 시민단체의 존재 의미는 ‘활동의 질과 시민적 지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와 같은 대선 정국에서는 시민단체들의 정파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요구되고 있으며, 그것은 앞으로 시민운동의 올바른 방향성 확립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꼭 지켜 내야 할 가치인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시민 중심의 활동, 실시구시적 태도, 원칙 중시, 독립성 확보를 추구해야 할 가치로 인식하고 구체적 행동지침을 마련했다. 그중에서도 단체의 주요 임원의 경우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 정부 고위직을 겸할 수 없으며, 정치 활동에 나서려면 최소 6개월 전에 임원 직에서 사임해야 한다는 명문 규정을 둔 것은 평가할 만하다. 특정 기관에 대한 재정적 의존도를 경계한 규정도 이익집단으로부터 독립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시민단체의 정치·사회적 영향력과 비례해 불신과 비난도 함께 커져 온 현실은 시민단체들의 고민이 실천으로 옮겨지지 못해 온 탓이다. 시민단체 인사들의 정·관계 진출, 정부의 재정 지원과 정파 편향성, 시민 없는 시민운동 등의 고질적 문제는 오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악화되기만 했으며, 그것은 곧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를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시민단체들은 ‘행동규범 준수위원회’를 만들어 원칙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단체를 경고하고 시민단체 책임성 평가 지표도 개발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 5개 단체의 행동 규범이 제대로 실천되고 다른 시민단체들로까지 널리 확산돼 사회적 신뢰와 존경을 받는 시민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