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체주의를 주장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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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옷을 벗고 서로 눈을 마주 보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된다

뉴스위크나는 자연주의자가 아니라 나체주의자다. 푸른 산이나 폭포,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리가 반짝이는 도시의 고층 건물들이 보기 좋다. 또 웅장한 다리들도 좋다. 맨해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뉴욕 시티의 자치구인 퀸즈로 이사했을 때 주변에 나무가 있는 광경을 보고 놀랐다!

어린 시절 소피아 로렌과 제인 러셀 같은 육체파 여배우들을 보며 자랐다. 뮤지컬 스타인 미치 게이너도 좋아했다. 또 TV에서 다그마(195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미국 최초의 여성 TV 스타)를 볼 때는 TV 앞으로 바짝 다가서면 움푹 파인 가슴 골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해변의 비키니 입은 여성들을 머릿속에 그리곤 했다.

1999년 뉴저지주의 나체(clothing-optional) 해수욕장에 처음 가봤다. 어디에 왔는지를 알고 나선 한동안 마음을 진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같이 간 친구 역시 그런 곳에 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 친구도 처음이었다. 우리는 상의만 벗고 수영복은 벗지 않았다. 대다수가 나체인 사람들 속에서 옷을 입은 채였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그날 일을 돌이켜 보면서 옷을 벗은 사람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시민이었으며 매우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그들 속에서 옷을 입고 있었다는 사실이 찜찜했다. 그 다음주에 그곳에 다시 갔을 때는 옷을 완전히 벗었다. 별로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나체로 해변을 산책하고, 심지어 배구 경기에도 참가했다. 나중에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그해 여름이 끝날 무렵에는 평생 나체주의자로 살아온 듯 느껴졌다.

결국 나체 해수욕장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치안 유지’를 돕는 단체에도 가입했다. 그 지역을 순찰하는 연방 공원 감시원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들이 해변에서 누군가를 끌어내는 불상사를 미리 방지하려고 노력했다. 술에 취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자동차 열쇠를 달라고 한 뒤 술이 깨면 돌려줬다. 또 점잖지 못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예의를 지키라고 타일렀다. 이런 방법들이 통하지 않을 때는 인명구조원에게 알렸고, 인명구조원은 공원 감시인을 불렀다. 하지만 사람들의 사생활은 언제나 존중했다.

나체 만찬(CODinners)이라는 단체에도 가입했다. 우리는 근처 음식점에서 나체로 저녁식사를 하고, 나체로 시 낭송을 하고 오후의 다과를 즐겼으며, 나체 코미디 클럽(코미디언들 역시 나체다)에 가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체주의 생활방식으로 완전히 개종했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옷을 벗어야 한다고 믿을 만큼 말이다.

우리 모두가 나체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옷을 입지 않으면 공항의 보안 검색대를 일사천리로 통과하게 된다.

2. 우리 아들은 각종 스포츠 잡지를 보면서 다음 시즌을 전망하길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선수가 트레이드되기 때문에 그 잡지들은 곧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들이 유니폼을 입지 않고 잡지에 나온다면 더 이상 그런 문제가 없어진다.

3. 모두가 옷을 입지 않으면 누가 얼마나 부자인지 모른다.

4. 나체주의자들은 서로의 말을 경청한다. 나체 해수욕장에서는 모두가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5. 정치는 거의 문제가 안 된다. 대다수 나체주의자가 청정한 환경을 유지하고자 하는 소망을 지녔다. 그리고 나체주의자 중엔 공화당원도 많다.

6. 마지막으로 나체주의자 중에는 가치 있는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자기 옷이라도 벗어줄 사람들이다(옷을 입었다면 말이다).

나체주의자가 된 후 벗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 여성의 몸에 흥미를 잃었느냐고? 천만의 말씀. 나는 결혼했지만 여전히 옷 입은 여성들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내도 나체 해수욕장에 갔었지만 불편해 했다. 그래서 아내가 내 뜻을 존중하듯 나도 아내의 뜻을 존중한다.)

어떤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나체로 다니도록 허용하면 우리 사회가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로 전락해 죄악이 성행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체가 공공연히 허용될까봐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누굴까? 포르노 업자들이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나체에 익숙해지면 그들의 상품이 발붙일 시장이 없어질 테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하겠다. 나는 혈압이 약간 높아 숨소리가 거칠다. 하지만 나체 해수욕장에 있을 때는 사람들이 내가 숨을 쉬는지 내 입에 거울을 대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만큼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나체는 진정 나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다.

[필자는 뉴욕주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산다.]

ROBERT DEN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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