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는 대게 편안한 베개 같은 것"-대상 서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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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말 한번 받고 싶었던 상을 타게돼 영광입니다. 그러면서도 선배들도 많은데 제가 타게돼 송구스런 면도 없지 않습니다.』
시조단에선 드문「전업시조시인」으로 30년 가까이 시조에만 매달려온 서씨는 우선 중앙시조대상·중앙시조백일장 및 지상백일장 등을 만들어 시조계를 고무·격려하고 있는 중앙일보사에 감사했다.
『해방직후 제가 다니던 국민학교 교실 벽은 시조로 가득찼었습니다. 우리는 시조를 통해 한글의 뜻도 새기고 글씨연습도 했습니다. 자연스레 민족적 정서와 역사가 스며들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6·25를 거치면서 차츰 시조가 생활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우리 정서·역사도 삶에서 멀어져가고 국제화. 아니 국적불명의 문화에 오염돼가고 있습니다.』
사양화돼가는 시조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해 서씨는 쭉 시조로만 살다보니 이제 시조밖에 모르는 사람이 됐다.
특히 복잡다단한 현대적 삶을 시조의 체양에 거르기 위한 서씨의 사설시조에 대한 공은 문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내 개인적으로 시조는 정신적 베개입니다. 시조를 베고 누우면 일단 편안합니다. 전통·역사는 물론 이 시대의 의식, 다양한 삶들도 일단은 편안한 형식으로 들어옵니다.
그것이 사상이든. 복잡한 현실이든 삶의 모든 것을 편안하고 단정하게 거를 수 있는 시조라는 체양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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