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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개표방송/첨단 입체화면의 속보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3사 3천여명 투입 영상기술 자랑/당락예측 늦춰 “지나치게 신중” 지적/MBC CF때 돌출화면·대선퀴즈 등 눈길
18일 오후 8시부터 철야로 진행된 14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은 여러면에서 현재 우리방송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장이었다.
KBS·MBC·SBS TV3사는 이번 개표방송에 3천여명의 인력을 투입,그동안 축적한 정보처리 시스팀·그래픽 기술·연출 노하우를 총동원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특히 방송3사가 집중적으로 경쟁을 벌인 분야는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개표상황 속보와 복잡한 수치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하기 위한 그래픽.
속보경쟁은 애초에 방송3사가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중앙선관위의 발표만 보도하기로 10일 합의한바 있으나 개표 초반부터 이 약속은 깨지고 말았다.
이에 대해 KBS·SBS는 MBC가 선관위 공식발표이전에 강릉지역의 개표결과를 먼저 방송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MBC측은 SBS측이 약속을 어기고 개표초반 1시간 정도 앞서나간 것이 화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개표속보 경쟁에서는 SBS가 방송초반 다소 앞서가는 듯했으나 오후 9시를 넘기면서 19일 오전 1시까지 MBC가 줄곧 리드를 지키다가 이후는 엎치락뒤치락하는 판세가 계속됐다.
특히 MBC는 CF가 방송될 때도 별도의 돌출화면으로 득표상황을 계속 중계하는 성의를 보였다.
지난 85년 12대 총선때 처음 선보인 그래픽화면은 당시 도표정도나 제공하는 수준에서 이번 개표방송에서는 3사가 모두 첨단 입체화면으로 놀랍게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KBS·MBC의 프리즘 플러스 영상은 개표방송 진행자가 앞에 놓인 단말장치의 버튼을 누르면 즉석에서 무지개 같은 그라프 막대기가 나타나는 최첨단 그래픽으로 기계조작 자체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 했다.
개표방송의 구성이나 진행에서는 딱딱한 개표방송에 대선퀴즈 등의 코너를 마련,오락적인 맛을 가미하려한 MBC의 새로운 시도가 주목을 끌었다.
MBC는 하희라·고현정·배종옥·박혜란 등 인기 연예인들을 파격적으로 리포터로 기용해 경쟁사의 허를 찔렀고 앵커기용에서도 나머지 두 방송이 박성범·맹형규 등 남성앵커 단독으로 진행한데 비해 엄기영­이은주·백지연 등 더블앵커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MBC파업으로 2개월 정직처분을 받은 이후 그간 앵커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백지연 현 국제부기자가 갑자기 출연,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정직처분이 풀렸는데도 보복차원에서 앵커출연을 시키지 않다 여론이 나쁘자 이번기회에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 것 아니냐』『아니다,대선개표 방송때 눈길을 끌려고 아껴두었던 것이다』는 등 억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한편 개표방송 진행 스튜디오 구성에서도 MBC는 대형 멀티비전·주진행팀·낭독팀 등이 한눈에 들어오도록해 시원한 화면을 제공했고 득표상황 집계팀을 배경에 배치,숨막히는 속보경쟁의 현장감을 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표방송에서는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예측방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방송사들은 당초 법적으로 예측방송이 허용되는 19일 0시이후부터 곧바로 당선 예측방송을 하기로 했으나 SBS가 0시5분쯤 미디오 리서치 관계자를 출연시켜 투표직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을뿐 KBS·MBC는 오전 3시30분이후에야 조심스러운 예측을 내놓았다.
이번 선거는 개표초반부터 당락윤곽이 드러나 19일 0시이후의 예측방송은 예측으로서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위험부담이 적었다. 그런데도 예측방송을 늦춘 것은 지나치게 신중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남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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