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목요? 기대도 안합니다" 백화점·시장 실종된 연말景氣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2월 -13.7%, 7월 -11.8%, 9월 -10.4%, 11월 -6.0% 성장'.

산업자원부가 집계한 올 백화점 업계의 성적표다. 지난 2월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왔던 백화점 업계는 썰렁한 연말을 맞고 있다.

유명 백화점 마케팅 담당 상무 S씨는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전략회의를 자주 하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며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백약(百藥)이 무효(無效)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종된 연말 대목=올 들어 주요 백화점들이 실시한 세일.사은행사 기간은 1백74~1백94일이나 된다. 1년의 절반 동안 세일 행사를 한 셈이다. 특히 올해에는 2년 만에 12월 세일이 부활하기도 했다. 지금도 백화점들은 연말 떨이세일 중이다. 재고 부담을 줄이고 운전자금이라도 마련하기 위한 업체들의 고육지책인 것이다. 이 같은 세일 행진은 내년 1월 2일부터 겨울 정기세일로 이어진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고 업계는 울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위축돼 극도의 매출 부진을 겪은 한해였다"며 "최근에는 광우병과 조류독감 파동까지 겹쳐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연시가 대목인 재래시장과 패션몰의 상황은 더욱 어둡다. 패션몰과 재래시장 상인들은 "매출이 예년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며 "연말 대목은 기대하지도 않으며 내년에도 경기가 좋아질 것 같지 않아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대문주식회사 관계자는 "부유층과 서민층 모두 돈을 안 쓰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매출이 예년에 비해 20% 이상 감소하면서 남성복이나 여성복 상가의 경우 권리금 하락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남대문 메사.밀레오레.두산타워 등 패션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밀레오레 관계자는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밀레오레는 늘고 있는 빈 점포를 다른 점포와 통합해 대형 매장으로 개편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소비.투자 부진=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확연히 드러난다. 수출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소비와 투자 부진이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내구 소비재인 자동차.차량부품의 판매가 5개월째 감소세를 보였으며 산업용 중간재.음식료품.기계장비 등 다른 품목의 판매도 줄고 있다. 자동차 판매는 11월 들어 지난해 11월보다 14.7%나 줄었고, 자동차 부품도 15.9% 감소했다.

지난달까지 그나마 감소 폭이 줄거나 간혹 상승세도 보였던 도매 판매도 11월에 다시 3.6%나 줄어들었다. 특히 산업용 농축산물(5.3%)과 1차금속 제품(1%)의 판매는 늘었으나 산업용 중간재(-7.8%)와 음식료품(-5.3%).기계장비(-3.1%)의 판매가 감소했다.

투자부문에서도 설비투자가 8.1% 감소한 데다 기계류 내수출하도 통신장비와 컴퓨터.자동차 등의 출하가 부진해 8.8%나 감소했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 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에 1백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에도 1백. 9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미래의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지수도 지난해 11월에 비해 2.5% 상승, 앞으로의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시각도 엿보였다.

통계청 경제통계국 김민경 국장은 "수출이 버텨주기는 하지만 소비와 투자가 계속 가라앉고 있어 내년에도 당분간 경기가 쉽게 살아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윤.박혜민 기자<yoonn@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