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어엿한 독립국가였던 텍사스에서는 지금도 별이 50개인 성조기보다 별이 한 개뿐인 ‘론스타’기가 앞세워진다. 론스타는 텍사스인들의 독립심과 자존심의 상징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텍사스 사람들은 식당에서부터 신문에 이르기까지 ‘론스타’란 이름을 즐겨 쓴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론스타와 관련된 항목이 무려 540만 개나 뜬다.
그중에 하나가 텍사스주 댈러스에 운용본부를 둔 ‘론스타 펀드’다. 일반 공모를 하지 않고 거액의 뭉칫돈만을 제한적으로 받아 대신 굴려 주는 폐쇄형 사모펀드(PEF)다. 기업연금이나 공공연금, 대학재단, 은행지주회사와 보험사 등이 주요 고객으로 133억 달러(약 12조3300억원)가 넘는 돈을 세계 각지에서 운용하고 있다. 부동산과 부실채권·부실기업 등 돈이 될 만한 것이면 다 투자대상으로 삼는다. 우리나라에도 외환위기 이후 들어와 활발한 투자활동을 벌였다.
이 론스타 펀드가 이제 우리나라를 뜰 모양이다. 2005년 스타타워 빌딩을 판 데 이어 최근 외환은행 지분 일부와 극동건설·스타리스를 매각했다. 현재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외환은행의 잔여 지분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한다. 외환은행까지 다 팔아치울 경우 매각차익만 최소한 4조3000억원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세청이 뒤늦게 매각 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릴 방법을 찾찿겠다고 나섰지만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 론스타 펀드는 텍사스 독립전쟁 당시의 구호처럼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 보라’며 배짱이다.
거액의 차익을 올리고도 세금 한 푼 안 낸다고 배아파할 수도 있겠지만 론스타가 왜 서둘러 한국에서 철수하려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