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따라 다른 해석묘미|네가지 모습의 셰익스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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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셰익스피어는 결코 낡지 않았다」-. 셰익스피어의『한 여름밤의 꿈』에 대한 이색적인 재해석들이 한겨울 우리연극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 연극 연출가협회(회장 윤호진 단국대 교수)는 하반기 워크숍 작품으로『한 여름밤의 꿈』을 중견연출가 4명이 각기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 무대로 꾸몄다.
19일부터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이 공연은 심재찬·주요철·김철리·기국서씨의 순으로 연출을 맡아 진행된다.
워크숍에는 신인 연기자들 1백여명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아직 본격적으로 무대에 올라본 경험이 없는 연기자들이 각자 원하는 연출가를 선택해 연기수업을 쌓으면서 직접 무대에도 선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연기자훈련과정이 전무하다시피 한 우리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공연은 그 교육적 의의도 만만치 않다.
첫 연출을 맡은 심재찬씨는 셰익스피어 극이라는 부담을 줄이고 관객에게 쉽게 어필하기 위해「한국화」를 시도한 것이 눈길을 끈다. 그는 원작의 요정왕과 여왕은 산신령과 삼신할머니로 바꾸고 주요 등장 인물을 이몽룡·성춘향 등으로 설정하는 등 배역부터 한국식으로 탈바꿈한다. 마을사람들이 벌이는 극중 극을 마당놀이로 변형한 것도 이러한 시도와 같은 맥락이다.
주요철씨는 극의 사정을 1992년 이후로 잡고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이 특징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궁전 앞 등의 배경을 스포츠센터로 바꾸는 등 『동시대적인 분위기를 관객들에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 주씨의 설명이다. 내년 2월 『리어왕』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이번 공연이 좋은 리허설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김철리씨는 4명의 연출자 중 가장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대신 그는 배경과 분장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또한 운문적인 대사를 많이 삽입해 현대적인 분위기를 살린 것도 젊은 관객들의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기국서씨는 내용 자체는 원작을 충실히 따랐지만 분장 등에서 다분히 형태 파괴적인 시도를 보여준다. 원작의 요정들이 오토바이를 탄 펑크 족으로 등장하는 등 배경요소를 현대 대도시의「주변부적」감수성으로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4명의 연출자들은 예산상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이 공연이 『애초부터 본격적인 셰익스피어를 지향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해 달라』고 밝히면서 중견연출가들의 상호교류와 발랄한 신인 연기자들의 등장이라는 점에 비중을 두었음을 거듭 강조한다. <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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