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태권도 인연은 88년부터"|한국인사범 이행웅씨 일시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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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당선자가 태권도를 배워 송판 2∼3장을 격파할 실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당선자의 태권도 스승이 한국인 이행웅(57·9단)씨로 밝혀져 미국 교민들의 가슴을 뿌듯하게 하고 있다.
이 사범은 지난7일 일시 귀국,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현재 미국 태권도협회(ATA)회장을 맡고있는 이 사범은 지난 88년 클린턴씨가 아칸소주지사 시절, 전국대회에 그를 초청한 것이 인연이 돼 지금까지 교분을 맺어오고 있다.
당시 클린턴씨는 8만명의 태권도 가족이 모여 벌이는 전국 대회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매스컴에 협조를 요청, 이 사범의 입지를 넓혀 주었다는 것.
이 대회를 계기로 클린턴씨는 태권도에 매료됐고 이 사범으로부터 직접태권도를 전수 받아 4단 증을 받기에 이르렀다.
물론 실력은 아직 4단은 못되지만 주지사로서 태권도에 보인 관심 등을 감안, 명예 단증을 주게 됐다고 이 사범은 설명했다.
지난 62년 혈혈단신으로 도미, 아칸소주 오마하시에 도장을 연 이 사범은 30년 동안 그 곳에 살면서 미국 전역에 6백여 개의 도장을 설립했고 휘하의 제자(회원)만 12만 명을 거느리는 태권도 대부가 됐다.
이 사범이 미국에 첫발을 내딛을 때만 해도 태권도는 별로 알려지지 않아 고작 11명의 수련생만이 있었다.
더욱이 체구가 작은 동양인이 무술을 한다니까 복싱이나 유도를 배운 덩치들이 도장을 기웃거리며 우습게 보기일쑤였다.
초창기에 이 사범도 아마복서출신의 미국인으로부터 결투 신청을 받았다. 관원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이 사범이 날렵한 돌려차기로 상대의 옆구리를 강타, 단 한방에 KO시켜버리자 『와』하는 탄성과 함께 관원들이 『우리사범 최고』라고 기뻐했다.
이 사범의 무용담이 현지인들 사이에 알려지면서부터 줄을 이어 수련생들이 모여들었다.
이 사범은 지난87년부터 해마다 지도자급(사범) 제자들을 이끌고 해인사나 충무공 묘역을 찾아 정신교육을 실시하고있다. 최근들어 태권도가 무도의 차원에서 벗어나 경기위주의 스포츠로만 이탈하는 현상을 가슴아파하던 이 사범이 종주국 한국의 무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이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파란 눈의 제자들은 이곳에서 충무공 정신을 배우며 태권도의 오묘한 경지에 경외심을 표하게 된다. 이 사범은 앞으로 회원수를 30만 명으로 늘려 태권도를 미국인들에게 널리 보급하는 일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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