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의 마지막 “승부수”/의회해산 국민투표선언 왜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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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개혁정책의 선택 국민에 맡기자”/수세벗어나려 정치적 도박
예고르 가이다르 총리서리에 대한 인준이 의회로부터 거부됨으로써 정치적 타격을 입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10일 전격적으로 개혁과 국정운용의 주체가 과연 의회냐,아니면 대통령이냐를 국민에게 직접 묻자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옐친의 선언은 사실상 의회와의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앞으로 의회내 보수파들의 강력한 반발과 저항이 예상된다.
모스크바의 분석가들은 옐친의 이와 같은 승부수는 7차 인민대의원대회 개막직후부터 계속 수세에 몰려있는 대통령과 그의 개혁정책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옐친이 이같은 방법으로 자신과 개혁정책을 구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의회해산을 시도할 경우 자동적으로 대통령의 권한도 폐지되도록 규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국민투표실시는 옐친의 정치생명을 건 도박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통령이냐,의회냐하는 선택은 결국 대통령과 그의 경제팀이 내세운 정책을 선택할 것이냐,아니면 의회에서 주장하듯 러시아 현실에 맞는 새로운 개혁의 길을 택할 것이냐는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개혁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옐친에게 협조하며 의회내에서 정부측의 입장을 대변하던 시민동맹의 알렉산드르 루츠코이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은 옐친의 선언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의장을 비롯한 의회내의 각종 정파지도자들도 옐친의 태도는 의회를 모독하는 동시에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또 하나의 폭력적 시도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개인적인 인기면에 있어서는 옐친을 능가할 정치지도자가 없는 상황이지만 개혁정책과 가이다르팀에 대해서는 보수파 의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옐친과 개혁팀에 승산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때문에 옐친의 국민투표 실시 선언은 의회에서 비상대권의 연장에 실패하고 각료임명권도 일부 의회에 내준데다 가이다르마저 총리인준을 받지못한 상황에서 그 결과는 자신의 정치운명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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