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윌 헌팅'이 실제로…대학 청소부 피아니스트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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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팔이 아저씨 폴 포츠(40)가 푸치니의 오페라'투란도트'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러 네티즌을 열광시키더니, 이번에는 영국 글래스고 대학의 청소부 알렉산더 쿠다이츠크(28)가 연주한 쇼팽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학 예배당의 운영을 맡고 있는 조안 키난은 그랜드 피아노를 한번만 치게 해달라는 쿠다이츠크의 요청에 처음엔 반신반의 하면서 피아노 두껑을 열어줬다. 하지만 연주가 시작되자 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마추어의 연주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환상적인 선율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조안 키난은 친구와 동료들에게 급히 이메일을 해서 불러 모았고 이들의 요청으로 예배당에서 다시 연주했다. 연주 실황은 동영상에 담겨 인터넷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꽤 괜찮은 피아니스트가 대학 청소부로 썩고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연주가 끝난 후 그는 스튜어트 맥커리 목사에게 소개받은 글래스고 '웨스트 엔드 페스티벌' 기획자를 만났다. 페스티벌 측은 쿠다이츠크에게 3회 공연에 출연해달라고 제의했다.

사실 크다이츠크는 평범한 청소부가 아니다. 그는 폴란드 태생으로 네 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카토비체에 있는 시마노브스키 음악원을 나왔다. 하지만 졸업 후엔 호화 유람선에 있는 클럽과 레스토랑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6개월전 폴란드에 몰아닥친 경제난 때문에 스코틀랜드로 건너왔다. 그후 글래스고대 법학과의 현관과 복도를 청소하는 일을 맡게 됐다. 그는 스코틀랜드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더 스코츠맨'과의 인터뷰에서 고국 폴란드에서 피아노를 가르치칠 때보다 두 배의 수입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 청소를 하면서 한 달에 400 파운드(약 70만원)를 번다.

그는 웨스트 엔드 페스티벌 연주회에서 쇼팽의 녹턴, 프렐류드, 왈츠, 발라드를 연주했다. 다음에는 글래스고대 오르가니스트 피터 야들리 존스와 함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할 계획이다. 오케스트라 악보를 오르간으로 편곡했다.

쿠다이츠크는 스코츠맨과의 인터뷰에서 피아노 교수나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폴란드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대학 관리인으로 청소를 하고 있는 그의 여자 친구는 "언젠가 제가 매니저가 되겠지요"라며 활짝 웃었다.

영국 언론들은 쿠다이츠크의 얘기가 영화'굿윌 헌팅'내용과 비슷하다고 해서 말한다. '굿윌 헌팅'은 청소부 일을 하던 수학 천재가 복도에 걸려 있는 수학 문제를 남몰래 풀다가 재능을 인정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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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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