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군자리에서 오거스타까지 50. 골프 룰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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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버디 퍼팅에 성공하면 역동적인 뒤풀이를 했던 필자. [중앙포토]

50년 동안 프로골퍼로 활동해 온 내가 아직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골프 룰이다. 룰을 확실하게 알면 알수록 좋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된다. 어떤 때는 룰이 골퍼를 돕는 일도 있다. 그러나 룰을 모르면 벌타를 받거나 실격된다. 그래서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는 1974년 일본 투어 구스와 오픈에서 우승했기에 이후 초청케이스로 몇 번 출전기회를 가졌다. 일본 오사카와 교토 중간에 있는 그 골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77~78년으로 기억된다. 2라운드까지 상위권을 달린 나는 3라운드부터 우승을 향해 샷을 날렸다. 4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나서 드라이버에 붙였던 납테이프가 떨어질 듯 덜렁거려 무심코 그걸 잡아당겨 떼어버렸다. 다음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난 후 동반자였던 일본의 이마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한상, 아까 저 홀에서 납테이프를 떼지 않았습니까."

아차 싶었다. 골프규칙 4조에는 클럽의 무게를 조절하기 위해 라운드 출발 전에 납테이프를 붙일 수 있지만, 라운드 도중 이를 떼어내거나 새것을 붙이면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기면 그 당시에는 2벌타를 부과하도록 했다. 2004년 개정된 룰에는 실격된다.

"내가 룰을 깜박했다"고 한 나는 2벌타씩 4타를 받았다. 결국 우승은 커녕 성적도 형편없이 추락했던 기억이 있다. 좋은 경험이었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규칙을 지키지 않는 골퍼가 너무 많다. 아마추어는 물론이고 프로들도 그렇다.

지금은 중년이 된 조호상 프로는 유망주였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체격이 좋은 그를 보고 "조호상이 최상호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조호상은 룰 때문에 톱스타로 발돋음하지 못했다.

로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1982 쾌남오픈에서였다. 나와 조호상, 그리고 아마추어 한 명이 한 조로 플레이를 했다.

5번 홀인가 숏홀에서 나와 조호상은 온 그린에 성공했고, 아마추어 선수는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조호상이 먼저 퍼팅을 했는데 짧았기 때문에 남은 거리가 2m쯤 돼 보였다. 그리고 내 버디퍼팅이 컵을 돌아나와 내가 먼저 홀아웃 하고 나서 다음 홀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린 밖에서 보니 조호상의 공이 50cm 정도 남은 곳에 놓여 있었다. 내가 안보는 사이 공을 앞쪽으로 옮겨놓은 것이었다.

나는 고민했다. 그러나 그대로 둬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나는 "아까 공이 한참 뒤에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건가"라고 했다.

조호상은 우물거리며 핑계를 댔다.

"공에 발이 달려 걸어다니냐?"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경기위원을 불렀다.

한장상 KPGA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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