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앞서 인공태양 만들자" 중국 뜨거운 야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중국의 고전 '산해경(山海經)'에는 ‘과보추일’ 전설이 나온다. 거인족 출신의 과보란 인물이 서쪽으로 저무는 태양을 붙들어 두기 위해 뒤쫓다 황허(黃河) 물을 다 마시고도 부족해 목 말라 죽었다는 고사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큰 뜻을 품다’는 뜻으로 이 고사성어가 인용되지만 ‘무모하게 덤빈다’는 뜻으로도 종종 쓰인다.

 중국 과학자들이 인공 태양을 만들고 있다. 중국이 큰소리치는 게 다소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의 연구개발(R&D) 투자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커진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인류사에 획을 그을 획기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도 있다.

 지난달 기자가 찾은 중국과학원 산하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 플라스마 물리연구소는 ‘인공 태양’이라 불리는 초전도 토카막(TOKAMAK) 실험장치를 공개했다. 지름 1.8m, 높이 4m가량의 대형 원통형 구조물이다. 일반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반면 인공 태양 프로젝트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2005년 말에 제작된 이 실험장치는 지난해 9월과 올 1월 태양 온도와 비슷한 5000만∼6000만 도의 초고온 발열체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소의 우쑹타오(武松濤) 부소장은 “아직은 실험 단계지만 2050년께 인공 태양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3억200만 위안(약 360억원)이 투자된 이 실험장치의 꼭대기에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21세기 인류의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 인공 태양을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는 중국인의 자부심이 읽혔다.

 경제가 고속 성장함에 따라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대체에너지ㆍ신재생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전략적인 중요성를 갖는다고 보고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바이오 연료의 대표주자인 옥수수를 이용해 에탄올 생산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브라질ㆍ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에탄올 연료 생산국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3대 옥수수 생산지인 동북 3성 지역에서 2003∼2004년 대체연료 생산에 사용된 옥수수는 200만t이었으나 2005∼2006년에는 100% 이상 증가해 427만t으로 집계됐다.

 류톄난(劉鐵南)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업담당 국장은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을 자동차 연료로 사용함으로써 석유를 절약하고 옥수수 재배 농민들의 소득 증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베이징ㆍ허페이=장세정 특파원

◆인공 태양=핵분열을 활용하는 원자력발전이 아니라 지구상에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조그마한 ‘인공 태양’을 만들어 에너지를 얻으려는 연구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핵 융합 발전을 하려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만들어야 합니다. 초고온 플라스마가 용기에 닿게 되면 녹아내리기 때문에 플라스마를 도넛 형태의 진공 공간에 띄워 가두고 주변에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켜 핵융합을 유도하는 토카막이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핵융합 발전은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는 수소를 연료로 쓴다는 게 장점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