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건축「중용의 미」으뜸"|『한국의 전통건축』펴낸 문화재연 장경호 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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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의 풍토와 민족성에 맞는 건축문화가 있는데도 서양건축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전통건축사를 정리해 봤습니다.』
문화재연구소 장경호 소장이 최근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건축역사를 통사적으로 엮은『한국의 전통건축』(문예출판사간)을 펴냈다. 문화재 발굴을 관장하는 연구소의 소장으로서 현장에서 얻은 실증적 경험을 오랫동안 건축을 전공한 학자의 입장에서 학문적으로 분석·정리했다.
장 소장은 우리 건축의 특징에 대해『우리민족은 대담하지도, 왜소하지도 않은 중용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자연과 연속성을 갖고 조화를 이루기를 원했다』고 전제하고『건축에 있어서도 극대하거나 왜소하지 않았으며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세세한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적인 비례와 조화미를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한국의 전통건축』에서 신라·백제·고려·조선 등 시대에 따른 건축양식의 분류를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데『기둥 위의 장식으로 분류하던 기존의 방식은 건축의 특징을 설명할 수는 있으나 양식의 분류로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신라와 백제의 건축 양식이 뚜렷이 구분되고 이 양대 계보에 따라 이후의 건축이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경북안동 봉정사의 극락전이 신라의 건축양식이고 수덕사의 대웅전은 백제의 계보를 따르고 있다고 설명하는 그는『그러나 신라·백제의 건축물이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어 연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 각종 발굴에서 밝혀진 건물 터의 형태에 관한 자료들이다. 이 책에는 북한의 것을 포함해 도면·실측도가 3백여 장, 사진이 3백60여장 수록돼 새로운 양식분류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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