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 막기 가능할까(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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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무역질서의 일대변화를 결과할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면서 쌀시장 개방문제가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EC간 농업보조금협상의 극적인 타결로 교착상태의 UR협상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데 이어 26일에는 협상의 마무리작업을 위한 GATT의 무역협상위원회가 개최됐고 1백8개국 협상대표들이 참가한 이 회의는 UR협상의 연내타결원칙에 합의했다.
최근에 있었던 협상분위기의 급격한 전환에서 무엇보다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협상의 대세가 쌀시장 개방 반대입장의 입지를 점점 더 좁혀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쟁점들의 포괄적 타결을 특징으로 하는 협상타결방식에 비추어 이제 UR협상은 지난 6년간 온갖 우여곡절을 거치며 이룩해 놓은 각종 합의사항들을 쌀시장개방문제 하나때문에 모두 백지로 돌릴 것인가의 여부를 판가름해야 하는 막다른 고비에 접어든 상태다.
협상분위기의 불리한 변화가 이처럼 급박하게 진행되는데 비해 우리의 대응활동은 부실하고 대응논리 역시 불충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의 입장을 공식으로 제출해야 하는 마감시한이 12월18일로 정해짐에 따라 대응준비의 시간조차 매우 촉박해졌다.
「예외없는 관세화」라는 개방원칙에 「예외」를 설정함으로써 쌀시장 개방을 막아보겠다는 우리 입장을 외국 대표들에게 호소하고 지지를 구하는 외교적 노력은 얼마나 강도있게 진행돼 왔으며 그 성과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던 일본마저 사태가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지자 밖으로는 「개방불가」를 표방하면서 조건부 개방의 차선책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어도 현단계에서는 「절대로 개방은 안된다」는 정부와 각당 대통령후보들의 원론적 주장만으로는 사태에 대한 현실적 대응이 못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주장을 관철할 지지세력을 확보하거나,UR협상을 거부하는 고립의 길을 택하거나,아니면 개방원칙을 받아들이되 최대한의 유보적 조건을 얻어내는 것 뿐이다.
실제로 이 문제를 걱정하는 일부 인사들 사이에는 불가능한 최선책보다 가장 유리한 차선책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완전개방까지의 과도기간을 최대한으로 얻어내고 과도기에 적용할 관세를 되도록 높게 설정하는 협상노력과 함께 개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농업구조 조정사업의 적극적 추진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를 이루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쌀개방문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좀더 유연성과 신축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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