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할일 안할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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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국회의원 선거때와 달라진게 없이 일당 대학생들의 선거운동이 유세장에 번지고 있다. 다만 지난 선거에서 물의를 빚었던 학맥회나 「두 잇 이벤트」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뿐이지 일당 대학생임이 분명한 운동원들이 여기저기 유세장에서 눈에 띈다.
정당들은 초반 세몰이 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청중을 모아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이 있고,부동층의 태반이 젊은이라고 보기 때문에 젊은 대학생을 동원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대학생들 쪽에선 학기도 거의 끝나가니 무료한 시간을 일당을 받아가며 메우고 현실정치의 한복판에 참여해 본다는 꿩 먹고 알 먹는다는 안이한 생각이 작용될 수 있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니 한참 직장에서 일해야 할 시간인 평일 오후 2시의 도심 유세장에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피킷을 흔들며 흰장갑의 연호를 외치는 기현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정당의 지구당 위원장들은 대학생운동원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고 대학생들은 쉽게 입당원서에 서명을 하고 피킷을 들어주는 일당 운동원으로 전락하게 된다.
종래 방식의 어떤 조직을 통한 동원이 아니라 지구당과 대학생간의 직접적인 연결이니 위법과 탈법을 적발하기도 어렵게 돼있다. 전보다 더욱 교묘하게 탈법적 선거운동을 젊은 대학생들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건전한 형태의 대학생 선거참여는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 이들의 참여가 곧 우리의 정치풍토를 개선하고 정치선진화를 추진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이런 기대에 부응해서 많은 대학생들이 공명선거 감시운동에 솔선해서 뛰고 있고,순수한 열정으로 자신이 밀고 싶은 대통령후보를 위해 자원봉사의 노고를 아끼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일당의 매력에 끌려 입당원서를 쓰고 단순히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기분으로 선거운동에 끌려 다니고 있다면 그들이 책임져야할 장래 이 나라의 정치풍토는 어찌 될 것인지 실로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20,30대의 젊은이가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넘고 있고 이들 젊은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우리의 국가 장래를 결정짓는 선택의 길목에 서 있다. 이런 시점에서 젊은 세대를 주도하고 대표할 대학생들이 시대적 사명감마저,올바른 선거참여의 자세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의 오늘과 내일은 더욱 암담할 수 밖에 없다. 일당 대학생들의 하루 수입이 나라의 백년 장래를 망친다는 절박한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정당은 기만원의 지폐로 젊은이들의 정신을 파괴하려들지 말고 젊은 대학생들은 몇푼의 일당에 현혹되어 자신의 자존심과 국가의 장래를 망치는 파괴행위에 참여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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