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들어가는 금융기관 공신력/가짜CD 변칙입출금 체크 소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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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불법」감추다 속속 드러나 “먹칠”
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자살사건과 가짜 양도성예금증서(CD)사건으로 금융기관의 공신력에 멍이 들고 있다. 신용을 바탕으로 해야할 금융기관중 일부가 기본적인 업무규정도 스스로 지키지 않았음이 드러난데다 수사가 진전되면서 이들이 감추고 있던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관계기사 6,22,23면>
23일 검찰수사와 은행감독원의 특별검사,상업은행의 검사결과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우선 상업은행 명동지점의 경우 수표·어음 등 중요 장표에 이상이 없는지 매일 확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롯데쇼핑 발행어음을 지점장이 복사한다고 들고 나간뒤 11일동안이나 갖고 다녔는데도 체크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지점에는 본점 검사부에서 별도로 감리역이 파견나와 있는데 어음은 물론 14일 지점장이 입금없이 CD를 발행하는 과정을 막지 못했다.
또 14일 오후 대신증권에서 문제의 공CD 1백억원어치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해왔을때 상은 명동지점 담당자가 입금이 안됐으므로 발행을 취소하거나 보류하는 조치를 취했더라도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천억원이 넘는 예금이 이씨가 지점을 옮길 때마다 따라 이동함으로써 이씨가 지점주변의 고객을 대상으로 정상적으로 예금을 들게하는 것이 아닌 다른 변칙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도 상은본점이나 은행감독원의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신규모가 3천억원선인 인천투자금융은 수신에서 여신을 뺀 여유자금 7백17억원중 5백19억언을 CD에 운용하면서 5백억원을 상은명동지점 발행 CD를 집중매입하는,상식에 어긋나는 자금운용을 했다. 일반기업도 아닌 자체금고를 갖고 있는 금융기관에서 5백억원이나 주고 사들인 CD를 도대체 뭘 믿고 다시 상은 명동지점에 맡겼느냐는 금융계의 지적이다. 인천투금과 롯데건설이 이 지점장에게 받았다는 「받을 어음 추심수탁통장」은 기본적으로 어음 등 기업에서 직접 돌리기가 쉽지 않은 것을 거래은행에 맡긴 뒤 받는 통장인데 CD와 같이 확실하게 시장에서 유통이 잘 되며 거래를 통해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상품을 왜 발행은행에 맡겨두고 통장만 받아두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의 CD거래란 다른 금융기관이나 법인으로부터 이를 사들여 중개하는게 일반적인 관행인데 대신 증권은 올들어 사채업자 김기덕씨로부터 사들인 CD가 7천억원어치에 이르는 등 사채업자로부터 많은 CD를 사들이고 이를 다시 다른 금융기관에 팔아주는 식으로 이상한 거래를 많이했다.
서울신탁은행은 지난 10월1일 해동상호신용금고로부터 CD의 진위여부를 가려달라는 조회를 받아 가짜로 밝혀졌음에도 쉬쉬해 가짜CD가 그 뒤에도 계속 유통,엄청난 금융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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