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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의 건축가' 디자이너 페레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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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탈리아 디자이너 지안 프랑코 페레(사진)가 17일 밤 9시(현지시간) 사망했다. 62세. '패션계의 건축가'로 불릴 만큼 단순하면서도 구조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페레는 2005년 대한항공 유니폼을 디자인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페레는 15일 뇌손상을 일으켜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 병원에 입원했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숨졌다. 그는 24일로 예정된 내년 봄.여름 남성복 패션쇼를 준비 중이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페레는 선과 비례 등 건축 개념을 패션 디자인에 도입해 주목받았다. 1969년 보석 디자이너로 패션계에 입문한 후 74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78년 여성복, 82년 남성복을 선보였고 86년엔 로마에서 첫번째 고급 맞춤복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그는 89년 프랑스 명품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됐다. 디오르 브랜드를 소유한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당시로선 대단히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프랑스 브랜드를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가 대표하는 것이 당시에는 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페레는 96년 가을까지 디오르에서 일하다 밀라노로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딴 남성복과 여성복을 선보였다. 페레는 이때부터 단순하지만 구조가 돋보이는 자신의 개성을 본격적으로 살려 나갔다.

지아니 베르사체의 동생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도나텔라 베르사체는 "이탈리아 패션 디자인을 변화시킨 다른 시대에서 온 남자"라고 그를 평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페레를 생각하면 그가 디자인에 불어넣었던 위엄과 고요, 신뢰를 주는 감각이 떠오른다"며 고인을 추도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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