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 유용여부 수사/지점장 자살사건/고교동창 “18억빼갔다”신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어음 백50억 사채시장 유입 추적
상업은행 명동지점장 자살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숨진 이희도지점장(53)이 롯데쇼핑으로부터 받은 1백50억원짜리 약속어음 불법유출외에 친분이 있는 고객의 예탁금도 몰래 빼내 사용했다는 신고가 들어옴에 따라 이 지점장의 고객예탁금 유용여부 추적에 나섰다. 또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1백50억원짜리 어음의 소재와 사건당일 이씨의 행적도 캐고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논현동 조모씨(56·D섬유대표)는 17일 『상업은행 이 지점장이 나의 당좌예금계좌에서 18억원을 몰래 빼내 사용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씨는 숨진 이 지점장과 고교동창으로 수십년간 이 지점장을 통해 은행거래를 해왔으며 최근 상업은행 명동지점에 집을 담보로 18억원 한도의 당좌예금계좌를 개설했는데 1주일전 은행으로부터 『18억원이 모두 대출됐으니 돈을 갚어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조씨는 사무착오로 여겼으나 이 지점장의 자살소식을 듣고 은행에 확인해본 결과 누군가 자신의 명의로 수표·어음을 발행해 당좌대출한도액인 18억원을 모두 빼내간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평소 이 지점장과의 친분으로 백지어음·수표 등을 맡겨두었으며 이 지점장이 돈이 급해 이를 유용한 것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은행예금 실적을 올리는 등 목적으로 개인적인 사채거래를 해오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서는 한편 이씨가 숨질 당시 소지한 약속어음 1백50억원외에 나머지 1백50억원의 어음도 사채시장에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어음행방을 추적중이다.
한편 경찰은 16일 오후 명동지점 나찬영차장(44)과 김영표과장(44)·강징규과장대우(37)·한상운계장(35) 등 직원 4명을 철야조사한뒤 17일 새벽 돌려보냈다.
한 계장은 경찰에서 『지점장이 지난 3일 금고에 보관중이던 어음을 김 과장을 통해 꺼내갔으며 당시 김 과장은 담당차장이나 과장대우에게는 비밀로 하라는 당부를 했다』고 말했으며 김 과장은 『지점장의 지시에 따랐을 뿐 자세한 것은 모른다』고 진술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