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앞두고 「경찰중립」 다짐하는 이인섭청장(일요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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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명예­자리 걸고 「공명」감시”/선거 못지않게 민생치안 주력/국민 신뢰회복 디딤돌 놓을 것
지난달 21일 창설 47주년을 보내 장년에 들어선 국립경찰은 요즘 명실상부한 민간인 출신 대통령을 선출하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체질개선과 개혁,큰 변화를 바라는 안팎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모습을 만드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과 중립내각 출범에 이어 지난달 16일 정치권으로부터의 중립을 선언한 경찰은 이번 선거에서 경찰의 역할과 자세가 이같은 선언을 가시화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라고 보고 이 부분에 경찰의 거의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2대 경찰청장으로 7월 부임한 이인섭경찰청장은 『15만 경찰조직의 명예와 국가의 장래가 이번 선거의 공정여부에 달려있다』며 기존의 경찰과는 다른 모습이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다짐한다.
­이번 경찰의 중립화 선언과 관련해 세간에 기대와 회의가 교차하는 것이 현실인데 정말 기대해도 되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저희 경찰은 이번 대선을 범죄와의 전쟁차원에서 대응하고 있습니다. 저자신은 물론 경찰 모두가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단 선거일 직전까지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각종 부정선거 사례에 경찰이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변화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경찰의 그같은 다짐은 그동안 각종 선거를 앞두고 여러차례 나온 적이 있었지만 선거후 경찰은 거의 매번 부정선거 연루시비에 시달려왔지 않습니까.
『이번만은 다를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경찰조직은 정부내 어느 조직보다 총수의 의지가 크게 반영되는 조직이라고 봅니다. 이렇게 보면 저의 태도와 자세가 문제인데 제자신이 직책상 이번 선거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와 각오를 여러차례 직접 확인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저의 경찰생활 32년을 어떻게 마감하느냐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청장의 의지가 전국 2백18개 경찰관 서장과 지·파출소장,일선 경찰관들에게 얼마만큼 잘 전달되는가가 관건인듯 한데요.
『그렇습니다. 경찰전체로 보면 제자세가 문제고 결국은 각 단위 기관장들의 실천의지가 중요합니다. 지난달 16일 전국 13개 시·도지방청장회의,2일 각 지방청 선거주무과장인 정보·수사·형사과장회의를 열어 경찰이 이번 선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방향과 임무를 담은 구체적 지침을 시달했습니다.』
­시달된 구체적인 선거사범 단속방안과 경찰공무원의 자세는 무엇입니까.
『크게 금품제공,선거폭력,정당 및 공무원의 불법행위,선거인력 불법동원과 선거질서 문란사범,흑색선전 및 불법 선전,선거기간중 법질서 문란행위입니다. 경찰공무원의 자세는 선거와 관련,특정정당을 지지 또는 비난하는 일체의 언행을 못하도록 했고 선거기간중 불필요한 출장 등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말도록 했습니다. 이 지시를 어기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형사처벌한다는 내용도 함께 지시했습니다.』
­이같이 경찰력이 선거치안에 집중될 경우 정권교체기의 민생치안이 걱정됩니다.
『선거치안에는 15만경찰중 5만명만이 투입됩니다. 나머지는 모두 민생치안 부문에서 일하게 됩니다. 대선과 함께 2년간 벌여온 「범죄와의 전쟁」도 성공리에 끝낼 각오입니다. 국민들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어쨌든 이같은 경찰의 노력은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일단 평가되겠습니다만 국민들 상당수가 아직도 경찰중립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는듯한 느낌인데요.
『경찰 최고책임자로서 그와같은 시각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고 이 부분 국민들께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물론 그동안 경찰이 국민들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행동하지 못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보지만 경찰업무 자체가 국민들께 고마운 일을 한다기 보다 정부의 규제행정중 가장 험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도 이유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조직특성상 경찰이 무조건적으로 정부의 충복노릇을 해온 것도 불신원인중 하나지요. 따라서 이번 선거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번 전국 지방청 선거주무과장 회의때 지시된 선거사범단속 세부지침을 보면 경찰이 기존의 어느 선거도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감시할 수 있는 구체적 탈법사례와 이에 대한 단속방법을 자세히 담고 있는데도 그동안 공명선거 유지활동이 불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역대 선거에서 몇차례 불공정선거가 있었음은 사실입니다. 결국 정부가 중립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이번 선거는 양상이 달라지리라고 확신합니다.』
­청장의 의지와 경찰의 노력에 큰 기대를 해봅니다만 제도적으로 항구적인 경찰중립 방안을 모색할 방법은 없겠습니까.
『선거관련 업무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완벽한 제도보다는 실천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제도를 꼽으라면 경찰청장의 임기제 도입이 가장 효과적일 것같아요. 제가 마치 청장을 오래 하고 싶어서라는 오해의 소지는 있습니다만 경찰조직에 절대적 영향역을 행사하는 청장이 주어진 임기동안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않고 오직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만을 생각한다면 이른바 선거치안도 간단한 업무의 하나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제가 정치권의 압력을 받고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웃음).』
경찰의 수사권독립,경찰공무원 신분보장법제정,인사제도와 처우개선 등 산적한 당면현안을 제반여건조성으로부터 차례로 풀어나가는 귀납적 방법을 써나가겠다는 이 청장은 『개표가 끝나면 증명되겠지만 이번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자리를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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