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품재활용 어릴 때 습관들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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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오늘도 저녁식사 후 꼬마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서는 남편에게 비닐봉지 세 개를 쥐어 준다.
매주 한번 돌아오는 일이지만 나는 자상한 설명을 잊지 않는다.
『플래스틱·병·캔을 나누어서 담았으니 맞는 바구니에 버려야 해요. 그리고 비닐봉지는 꼭 가져오세요.』
두달 전 우리동네 골목어귀에 처음 놓인 재활용품 수집함에다 1주일동안 모은 폐품을 이렇게 꼬박꼬박 갖다 넣는 것이 어느덧 우리 집의 주간행사처럼 돼버렸다.
처음에는『뭐 이런 걸 시키냐』며 못마땅해하던 남편도 이제는 무척 협조적이다.
나 자신만 해도 먹고 남은 캔이나 병을 씻는 것이 귀찮고 보관하는데 별도공간까지 차지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밥 먹고 나면 설거지하듯이 이젠 생활의 일부가 돼 버렸다.
올 봄부터 유아원에 나가기 시작한 다섯살박이 익훈이는 매일 아침 자기와 아빠가 먹은 요구르트 병 2개를 유아원에 들고 간다.
어려서부터 재활용의식을 기른다는 취지로 유아원에서 벌이는 폐품 모으기 운동 때문인데 익훈이는 뭘 알고나 그러는지 어느새 나보다 철저한 재활용신봉자가 돼버렸다.
무심코 병이나 우유팩을 휴지통에 그냥 버리다 익훈이에게 들켜「야단맞은」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익훈이는 밖에서 주운 깡통도 집으로 들고 와『엄마, 씻어 놓았다가 내일 아침 유아원 갈 때 주세요.』하기 일쑤다.
우리 집은 어느덧 재활용모범가족이 된 셈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단독주택가는 아파트 단지완 달리 재활용품 수집함이 항상 일정한 장소에 놓여 있는게 아니고 그나마 있다 없다 하는 바람에 정성껏 모아놓은 폐품을 버리는데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구청에서 일반주택가까지 구석구석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지역주민들이 반상회 등을 통해 자체적인 재활용품 수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서울 북가좌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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