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할 교사선언 확산(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전교조 합법화,해직교사의 복직,교육개혁을 요구하는 교사선언이 지역별로 확산되고 서명교사가 1만명에 가까워지면서 다시금 교육현장에 비상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전교조와 맥을 같이하는 전추위와 교사선언을 주도하는 일련의 교육개혁세력들의 움직임에 대해 다음 두가지 사실을 새삼 환기시키면서 앞으로의 방향에 깊이 유념하기를 권고하고자 한다.
첫째,참교육을 주장했던 전교조의 교육개혁운동이 다수 여론의 지지를 잃게 된데는 교육의 문제를 정치적 운동으로 해결하려 했다는데 가장 큰 이유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입시지옥에서 학생들을 벗어나게 해서 건강한 전인교육을 하자는 참교육의 개혁내용이 초기에는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지만 그 개혁을 반정부 투쟁을 통해서 쟁취하려는 과격한 정치투쟁으로 되어가자 여론은 전교조를 외면했던 것이다. 일체의 교육개혁은 교육적 접근을 통해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당시 형성되었고 이 공감대는 아직도 유효하다.
둘째,어떤 형태의 개혁운동이든 그것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주장되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화 갈등기간동안 우리 모두가 얻어낸 소중한 교훈이다. 참교육의 주장이 아무리 올바르다 한들 거리에서,운동장에서 머리에 붉은 띠를 잡아매고 거리를 메우며 구호를 외치고 불법투쟁을 벌였기 때문에 다수여론은 전교조를 외면했던 사실을 다시금 기억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의 교사선언이 단순히 해직교사들의 복직을 바라는 동료교사로서의 온정적 복직운동이 아니라 대선을 앞둔 정치적 공백기를 이용한 대규모 정치공세일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움직임을 우려하게 된다. 이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에서도 불법단체로 판정이 난 단체를 새삼 합법화하자는 주장은 다시금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투쟁을 전개하자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우리는 수차례 교육개혁은 교육적 방식에 따라 법의 테두리 속에서 전개되어야함을 주장해왔고 전교조 사태이후 여러 형태의 교육개혁이 이뤄지고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교총을 중심으로 합법적으로 전개한 교원들의 개혁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교원지위법이 통과되었고 교원의 단결권과 교섭·협의권이 인정되었다. 실제로 교원의 지위와 복지를 둘러싼 정부와 교원단체간의 협의도 이뤄지는 상황이다.
지금 새삼스레 전교조를 방불케하는 불법적 정치투쟁으로는 교육개혁을 쟁취할 수 없음을 일부 교육개혁 세력들은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해직교사의 복직처리는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정치투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교원단체가 주도하는 화해와 수용의 자세로 풀어 나가야 할 문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