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아들과…』옥자역-탤런트 박선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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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화석화되어버린 우리들의 옛 모습을 성공적으로 살려내고 있는 MBC-TV 드라마『아들과 딸』의 여자 탤런트 캐스팅은 초호화판이다. 김희애·채시라·오연수 등 각기 독특한 개성을 갖고있는 주연급 연기자들이 대거 포진한 이 드라마에서 신인이 나름대로의 자기 색깔을 드러낸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후남(김희애 분)을 괴롭히는 여공 옥자역을 맡아 까다로운 동성연애자 연기를 무난하게 소화해 내고 있는 박선영(22)은 주목할 만한 신인이다.
『지금까지 맡은 배역 중에 가장 비중 있는 역할이 하필 동성연애자일까. 처음엔 내심 걱정도 많이 했어요. 나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인데 처음부터 이상한 이미지가 박혀버리면 어떡하나 하고요.』
그러나 막상 화면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자신의 우려와는 달리 지적이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세금 한푼 안내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깎은 듯한 이목구비와 운동으로 다져진 1m67㎝의 체격이 서구 미인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서양 애처럼 생겼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어요. 하지만 전 피자보다 빈대떡을 좋아하고, 명절마다 한복을 챙겨 입는 우리나라 토종이에요. 해보고 싶은 배역도 사극의 전통적인 여성상이에요.』
젊은 여자 탤런트 대부분이 세련된 현대 여성으로 비치고 싶어하는데 그런 용모를 갖고도 전통적인 한국 여인상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그녀가 조금은 뜻밖이라는 느낌을 준다.
연기에 대한 그녀의 의욕은 대단하다. 동덕여대 체육학과 2학년 재학 중 광고모델로 활동하던 친구의 촬영현장에 따라갔다 감독의 눈에 띄어 광고모델 생활을 하게 된 그녀는 탤런트가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연기 공부에만 전념했다.
그 결과 올 7월 MBC공채21기로 뽑혔고 의욕을 인정받아 동기생 24명중에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게 됐다.
가끔 국민학교 근처로 가 떡볶이를 즐긴다는 그녀는 그런 앳된 구석과 함께 공포영화에 자주 나오는 사냥개 도벨만을 집에서 기르는 당찬 면모도 가지고 있다.
제작진들이 신인 박선영에게 기대를 거는 건 바로 이 예측이 불가능한 그녀의 의외성에 숨어있을 끼를 믿기 때문일까.<남재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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