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따귀 때려도 늘 참아 한·중 대북정책은 수수께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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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의 대북 정책은 수수께끼다. 한국의 대북 정책은 더 큰 수수께끼다."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의 스인홍(時殷弘.사진) 교수는 중국 외교부와 깊숙이 얘기하는 10여 명 교수 그룹의 일원이다. 그런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면 궁금증이 생긴다. 동북아연구재단(이사장 정덕구) 주최 세미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그를 12일 만나봤다.

-왜 수수께끼라고 하나.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북한 비핵화'는 확고하다. 북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비판하고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도 적극 참여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4~5년 동안 중국은 대북 원조를 줄이지 않았다. 북한은 계속 중국에 적대적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제 지원을 하고 기름도 준다. 북한이 따귀를 때려도 중국은 늘 참는 꼴이다. 수수께끼 아닌가."

-한국 정책은 어떤가.

"햇볕정책.포용정책은 훌륭하지만 전략은 균형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 수년 동안 부드러운 측면에만 의지했다. 그러면 뭘 기대할 수 있겠나. 북한이 극단적으로 나와도 한국은 여전히 금강산 관광 등을 한다. 많은 돈이 북한 주민이 아닌 군에 사용된다. 중국은 우려한다."

-중국은 왜 원유 지원을 계속하나.

"중국은 북한에 들어가는 석유의 70%를 공급한다. 이를 줄이거나 끊으면 비핵화를 이끌어 낸다는 보장은 없지만, 북한 변화를 유도해 낼 수는 있다. 그러나 걱정이 있다. 그런 전략적 실험을 하다 붕괴되면 수백만 난민이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너무 압력을 가해 겁나게 하면 역작용이 생기고 북한 행태도 못 고친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항상 나빠왔고 2006년부터 더 악화됐다. 과거에는 확실히 전략적 관계였는데 지금 북한은 중국에 거의 적대적이다. 북한은 중국을 동맹 취급하지 않는다."

-귀하는 최근 중국이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고 했다.

"2.13 베이징 합의는 1월 베를린 합의에 기초한 북.미 게임이다. 미국은 베를린 협의 과정에서 중국에 얘기하지 않았다. 북한도 합의 전에 대중국 태도를 바꾼다고 하지도 않았다. 중국의 협조는 늘 필요한데 말이다. 북한은 미국하고만 얘기하려 했고, 미국은 이를 이용해 중국을 무시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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